2019년 1월 2일 수요일

결산?

이맘쯤 되면 꼭 2018년 결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나와서, 미술이나 영화, 책 같은 걸 목록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목적은 인스타그램식 취향 과시인 경우도 있지만, 말 그대로 한 해를 압축 가공해서 보여주려는 야망을 가진 경우도 있다. 사실 여기엔 리스크가 있다. 한 해를 짧은 리스트로 갈무리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취사 선택의 심리와 배경이 드러난다는 것이 문제다. 취향 과시의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선택한 문화 컨텐츠가 내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선택 자체가 내 취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것에 있다. 그런 척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일은 어쩌면 관음 행위를 들켰을 때 드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취향 과시는 그런 쪽팔림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물론 그 리스크를 알고 있다면 사실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할 생각은 쉽게 못하겠지만. 아무튼. 갈무리파의 경우도 내 선택 자체가 문제가 된다. 하지만 취향과시파가 그냥 애정결핍처럼 보인다면, 갈무리파는 야망도 있고 진정성도 있고 끈끈한 동료애도 있다. 갈무리파는 어쩌면 지난 한 해가 정말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목록을 만드는 것 같다. 갈무리파는 취향과시파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목록을 제시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주관적이면서 객관적인척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쩌구저쩌구...

어쨌거나 그럼에도 어떤 사람이 정리한 한 해를 보는 건 재미있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