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13일 목요일

소진된 인간

[#밥친구] 사랑한다는 이유로 과잉보호하는 집착 아빠 #이창훈 |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54 회 - YouTube

이 영상을 보면서 우리나라 문화적 제도, 특히 진보 계열의 입안자를 떠올리게 된다--여기에는 아르코의 포괄적인 예술인 지원을 포함해, 예술인복지재단 등의 여러 사업부터 시작해 사루비아다방이나 신사옥 같은 미대생의 '대안적 지원'을 기획하는 작은 공간도 포함된다. 점점 더 생각이 정리되어가는 것 중에 하나는 우리나라에 정말 뛰어난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건 그런 후보군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재능을 사회가 애초에 너무 빨리 소진해버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들뢰즈의 <소진된 인간>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대충 요약된 내용만 들어봤지 원문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들뢰즈는 소진을 그렇게까지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그가 근본적으로 철저한 낙관론자, 가능성에 대한 맹신론자여서 그런 것 같다. 오늘 같은 시대에 낙관론자가 되는 것은 죽었다 다시 태어난다는(생명의 온/오프) 생각보다 하기 힘들다.

2025년 3월 11일 화요일

설 익은 음식 먹기

국내산 써야 하는 '백종원 된장' 알고보니…또 악재 터졌다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걸 보면 다 같은 패턴이다. 미술계에서 신진이 과도한 주목을 받고 그 대가로 온갖 결점까지 증폭되며 자리를 떠난다는 '공식'은 요식업계 스타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듯하다. 아무리 맛있는 품종의 과일이라도 설 익으면 쓰다. 처음에는 쓴지도 모르고 맛있다고 베어 먹는다. 그러다 이내 쓰다고 뱉는다. 품종은 폐기된다. 백종원의 사업 확장 욕심은 오로지 개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백종원이 애초에 그렇게까지 주목 받지 않았다면? 그렇게 함으로써 좀 더 실력을 키울 시간을 벌었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너무나 빨리 뜨고 너무나 빨리 소진된다. 모든 게 백종원 본인의 탓일까? 왜 우리나라는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 같은 정말 위대한 개인이 나오지 않을까?

번역의 쓸모


피에르 조리스라는 시인 겸 번역가가 쓴 번역에 대한 단상이다. 최근으로 올 수록 나는 점점 더 해외 최신 경향을 아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유는 한국에서는 그동안 외부 번역이 내부 원전을 항상 압도적으로 이겨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리스의 글은 멋지지 않은가!

"왜냐하면 우리가 충분히 많은 미국 시민들로 하여금 타자의, 타자의 시의, 모든 타자의 언어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만들지 못한다면 영국계 미국인의 추함, 탐욕, 기본적인 기독교 파시즘이 한데 뭉친 덩어리가 계속해서 백 군데 바그다드의 사람들, 도서관들, 집들, 박물관들을 날려버릴 터이기 때문이다."

2025년 3월 5일 수요일

미키 17

미키 17에서 가장 설명이 안 되는 지점은 사채빚을 피해 익스펜더블을 신청할 정도로 생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미키, 그러니까 미키1이 최초에 어떻게 죽음을 받아들였느냐. 우주선이 타기 전에 무언가 훈련을 받는 장면이 짧게 휘리릭 나오고 마지막에 권총자살의 강요를 받는다. 단 한번. 하지만 자살하지 못한다. 중간에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가 나온다. 설명해주는 여자가 미키1과 이후 미키 시리즈는 모두 같은 거라고. 하지만 미키는 같지 않다고 대답했다. 미키는 정체성을 개체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나타나는 장면. 그러니까 미키는 애초에 미키 시리즈를 통해 생이 이어진다는 개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혹은 못한) 사람 같은데 반대로 극중에서는 죽고 부활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게 좀 이해가 안 간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