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마지막에 와서 이타도리는 제대로 익히지 못해 불완전한 영역전개를 스쿠나에게 시전한다. 영역전개라 함은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이 적용되는 비현실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으로 상대방을 끌어들여 공격하는 최고 등급의 주술이다. 이타도리의 영역전개는 스쿠나를 끌어들여 자신이 어린시절에 좋아했던 장소, 가족의 기억, 지금은 없어져버린, 갈수도 없어진 그런 장소를 방문한다. 그저 그뿐이다. 다른 영역과 다르게 이 공간에는 공격 기능이 없다. 제대로 익힌 게 아니라 급조해서 엉성하다고 하는데, 스쿠나는 싱거워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려 다니면서 이타도리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사상최강의 주령에게, 절체절명의 순간, 고작 고안했다는 게 '좋았던 옛날 이야기'라니. 그 전까지 현란한 수싸움과 잔인한 묘사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런 식의 '급감속'으로부터 나름의 마이너스적 충격을 먹는다. 한동안 주술의 (폭력적인) 세계에 푹 빠졌던 독자는 절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주술-외-세계, 즉 너무나 평범한 현실이 너무나 무신경하게 쉽게 그 모든 것을 없애버리는 것처럼 오는 충격이 바로 그것이다. 헤이안 시대라는 상상적 폭력의 공간. 그 모든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모던 라이프. 그 유명한 앗시발꿈. 기억 여행을 하던 도중 스쿠나는 이타도리에게 급발진하면서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느냐고 분노를 퍼붓는다. 이타도리는 지금까지 밀리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그렇다고 하며 자신은 스쿠나를 당장 죽일 수 있다고 하는데, 독자들이 의아한 부분이 여기다. 전력으로 계속 밀리던 이타도리가 무슨 자신감으로? 왜냐면 넌 이미 죽어있기 때문에. 이미 주술이 믿어지는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에. 이타도리의 영역은 그런 의미에서 스쿠나의 존재 부정에 관한 사상이다. 만약 주령의 존재가 있다는 걸 믿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면 이타도리의 영역전개는 주령에 있어서는 최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