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5일 토요일

기억

요즘 읽는 글에서는 기억 혹은 기억술이란 말이 많이 나온다. 동시대란 뻔지르르한 말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시대다 보니, 회화든 사진이든 영화든 뭔가를 기억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뭔가 우리가 빠뜨린 것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뭔가 아주 중요한, 본질적인 무언가를 놓친 것이 아닐까? 어떤 막막함에 봉착한 사람이 으레 할 수 있는 그런 생각.

예컨대 회화는 어느 순간부터 상업화의 길을 걸었고, 아트페어 최고가 갱신의 주인공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회화는 보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진보적이고 비판적인, 혹은 그렇기 때문에 최신 경향의 비평에서는 항상 회화를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잘게 썰어대기 시작했다.

한때 그 칼의 이름은 사진과 동영상이었다. 이들의 기술적 재생산의 가능성은 최소한 작업이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는 것을 막았으며, 이런 요소는 회화란 예술의 (상업적) 아우라에 반하는, 상대적 대항문화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명해지면 인기가 많아지고 인기가 많아지면 잘 팔린다. 회화를 비판하며 당당히 미술사의 한 주류로 떠오르게 된 사진과 동영상은 결국 상품의 길을 걸었다. 아니, 더욱 나빠졌다고 볼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회화는 그 껍데기와 결과물이 상품이 된 반면, 사진과 영상은, 그 자신의 로직 자체가 상품 생산-순환의 로직과 겹쳐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모더니스트들이 예견한 저들의 미래 그 자체였다. 그땐 그게 맞아 보였고 그렇게 했어야만 했다는 할 포스터의 변명은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나. 또 결과론적으로지만,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여러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기억하기'다. 예술이 아닌 걸로 신나게 예술을 비판하다보니, 어느 순간 예술이 아닌 다른 걸 말하고 있었네. 어, 원래 진짜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게 뭐지? 이렇게 된 거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지금 떠올려보면 아니기도, 대충 흘려버렸던 것도 생각해보면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기억이란 흘러가는 것이지만 특정한 순간엔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것도 있는 것 같다. 무엇이 중요했는지 기억하라. 그것이 완전히 무가치해지기 전에. 나중에 더욱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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