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4일 목요일

그리자이아의 과실/미궁/낙원 (2014-현재)

그리자이아의 낙원

오. 굳. 에로게 기반이라고는 해도 라노벨 정도 퀄리티는 나와 주는 내러티브성과 캐릭터성. 거기다 복수 엔딩 때문에,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루트 이외에 게임 속 다른 루트에 관한 번역글을 찾아 몽땅 읽어버리는 기쁨이 있었음. 스토리는 뭐..사실 별 것 없는데 다크한 과거를 가진 주인공이 히로인들이 다니던 학교에 전입하게 되고, 이후 차례차례 그들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이야기/사건이 전개된다는 식. 시나리오나 플롯의 탄탄함보다는 캐릭터 간 상성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엮어져있느냐가 나름의 감상의 포인트였던 듯. 모르긴 몰라도 이런 쪽으론 이제 라노벨이나 이런 게임을 따라올 문화(학) 장르가 없을 듯...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는 역시 메인 히로인들보단 쿠사카베 아사코. 천재 스나이퍼이자 유지의 스승이자 어머니이자 애인이었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체 2D 캐릭터다. 유종의 대사를 한 번 옮겨 봄:

아사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속에서 그걸 찾으면 되는 거다. 더욱 발버둥쳐라. 인생이란 좀 더 막장으로 가봐도 괜찮다. 너무 편히 살려고 들지 마라.  
유우지: 당신이야말로 죽어서 편해지려 하지 마라…. 간단히, 포기하지 마라…. 그런 당신이 하는 말에 설득력이 있을 것 같기라도 한가….  
아사코: 하핫…, 너랑 똑같이 보지 마라. 난 말이다, 허락 맡고 죽는 거다. 
아사코: 군인이란 것 중엔 말이다…. 출격한 첫날에 꼴까닥 죽어버리는 놈도 있지만…, 아무리 가혹한 전장에다 보내놔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놈도 있지.  
아사코: 그 둘의 차이란 말이다…, "넌 이제 됐다. 이제껏 애썼다"고 허락해줘서 죽는 놈…, 그리고 "넌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아있다"고 허락해주질 않아서 죽지 못하는 놈, 이 차이다.

쿠사카베 아사코
아..왜이리 감동적인가..ㅠㅠ

원화: 와타나베 아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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