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15일 금요일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


감독: 매튜 본
주연: 콜린 퍼스(해리), 사무엘 잭슨(발렌타인)

제임스 본드류의 영국식 첩보영화를 싫어하지 않는 터라 재밌게 봤다. 영국 귀족—하지만 사실은...젠트리—계급의 멋에 대한 노스텔지어가 진하게 묻어있다. 그게 뭐냐? '강'을 '유'로 절제하는 것. 강이 부와 힘, 기술, 문명 같은 거라면 유는 이성과 도덕, 예술, 문화 같은 것이다. 이 양자의 조화가 영화의 모토인 매너다—상대방을 붕괴시킬지도 모르는 엄청난 폭력성을, 강력한 (하지만 냉소적인) 이성으로 절제한다는 것. 해리의 명대사: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대사가 되게 속물적이다. 음주는 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는 식의...폭력도 매너있게! 매너만 있으면 나머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작 중에서 영국적인 것이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매너로 표현되는 반면, 미국적인 것은 굉장히 기계론적이고 속물적인, 노매너로 묘사된다. 짓궂게도 애완견 이름을 JB(잭바우어: 미국 첩보 드라마 24시의 영웅)라고 짓는다거나 아이폰 같이 생긴 걸 보고 한물 간거라고 씹는다거나 발렌타인의 천박한 발음(s를 ths로 발음함)이라거나.

이 영화는 외모에 관한 미신적이고 유아적인 차별 같은 것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예컨대 흑인은 만화에서 항상 나쁜 역할로 나온다. 주인공 영웅의 무기는 생긴 것도 환하고 멋있지만 악당의 무기는 시컴죽죽하다, 주인공은 항상 도덕적이고 선하지만 악당은 어딘가 광기를 가지고 있다는 식. 즉 유치할만큼 착한 놈과 나쁜 놈이 확실히 양분되어 차별받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굉장히 19세기 영국적인 여성관이랄까, 그런게 너무 뻔뻔하게 젠틀맨이라는 신화에 함께 녹아있다. 잰틀맨은 레이디가 위험에 빠졌을 때 구해주지만, 그 대가로 레이디는 항상 그의 성욕을 책임져야만 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하다못해 노블리스 오블리제 같은 정신마저 빠진다면, 완전 열화되는 거다. 신사의 품격 같은 드라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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