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기록한다. 27일엔 아마도에서 2차 난상토론이 있었다. 나와 홍범작가가 발표했는데, 의외로 범님 작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역시 작업이 시적이라서 발표자나 질문자가 할 말이 많진 않았다. 나로선 그래서 디테일한 분석적 포인트를 짚을 수 밖에 없었고. 딱히 흥미로워 보이진 않았을 거다.
그리곤 좀 헛헛한게 있어서 상훈이 형한테 연락을 했더니, 순우씨와 만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곤 홍대 어느 술집에서 함께 만났다. 순우씨는 센터 그만뒀다고 했다. 검색되면 골치아파질 가능성도 있으니, 자세한 건 쓰지 않겠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고 순우씨는 자리를 떠났다.
이왕 오랫만에 나왔는데 이렇게 둘이서 시간을 보내긴 싫어서 주점 매니저에게 말을 걸어 봤다. 의외로 미술을 하고 있는 분이었고, 이야기가 잘 통해 자리에 앉아 한참을 수다 떨었다. 동글동글하고 귀엽게 생겼는데 의외로 소탈한 면이 있었다. 프랑스에서 유학갔다가 와서 알바하고 그림그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 있으니 매니저 친구 분이 한 명 와서 같이 또 한참 수다를 떨었다. 새로운 친구는 프랑스에서 대학원과정을 들어갔는데, 건강이 안좋아져 휴식차 들어왔다고 했다. 매니저 친구완 다르게 뭔가 여성적인 느낌이 있었지만 뭔가 아이컨택이 좀 부담스럽게 강하달까. 그런 인상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서 오는 그런 떨림 같은 건 있었다. 하지만 그것 이상의 피곤함이 있었다. 여러모로.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보통 이런 식의 대화를 한다. 상대방을 물어보고,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다. 오랜 벗과는 할 필요가 없는 그런 소모적인 대화지만, 여기서 교환하는 건 정보가 아니라, 페로몬이다. 그런식의 이야길 하다보니 3시를 가뿐히 넘겼는데...
대화를 하다보니 미술일변도의 삶의 불행함을 이야기 하면, 다른 여자 2명은 그걸 위로해주는...그런 식의 대화 패턴으로 흘러갔다. 지겨워졌고, 상대편도 그런 것 같았다.
자리를 파하고 합정까지 걸어가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같이 걷게 됐다. 어색했지만 나름 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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