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묘하다. 한국의 미술의 시장은 현재 자유시장이다. 이것을 십분 인정한다면, 시장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되는 데는 이유가 있고 안되는 데도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한국 미술시장과 상업주의가 잘 안 되는 이유는 국제적 스탠다드에 비추어 봤을 때, 브랜드 가치 전반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시장이 잘 돌아가려면 그래서 다른 것보다 높으신 분들이 좋아하는 말,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경쟁력이 낮으면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망한다. 그것이 시장의 법칙이다. 한국의 미술시장은 버블 이후 그로기 상태이며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상태다. 내가 봤을 때 거품은 꺼져야 하고 한국 미술계와 시장계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현대미술은 그렇게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 있지 않으며, 미술시장은 원래 작은 데다가 국제적 경기 긴축과 궤적을 같이 해서 유명무실하다. 작품 판매가 안되면 작가가 곤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장기적으론 작가 수가 줄어들 것이다. 그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 그 와중에 작가 생활의 곤란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건 대안적 페어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구제되어야 한다. 예컨대 예술인복지재단의 일이 그런 것이다.
인증된 공립기관에 시장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미술관 자체가 권위적 장소이기 때문에, 이런 아트페어는 본의 아니게(?) 사적 영리활동에 공공의 권력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게다가 내가 낸 세금이 미술시장과 개인사업자, 즉 작가의 경제활동을 위해 쓰인다니 뭔가 이상하다. 내가 낸 세금은 나를 위해 쓰여야 한다. 예술가의 경제활동이 궁극적으로 내 문화생활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에 공립미술관에서의 아트페어는 타당하다는 주장은 체감상 너무 멀고도 멀며 미미하고도 미미하다.
둘째, 시장의 본래 기능을 공공기관이 훼손시키게 된다. 그 '대안'을 밀고 나가서, 미술관이 수수료 면제라는 파격적 조건으로 페어를 지속적으로 개장한다면 아마 기존 시장이 굉장히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공공기관이 무언가를 할 수록 자유 경쟁 시장의 자생성은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 미술시장계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록 미술관은 그 시장의 존속을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일종의 변형된 보호무역같은...음. 현재 글로벌 컨텍스트에 그리 잘 맞아보이진 않는다.
셋째, 시장은 사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술관이 그 시장을 자신의 자궁 안에 일부러 밀어 넣을 필요는 없다. 미술관을 그런 거 하라고 만들어 준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다고 시장이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미술관이 시장이란 기능을 하나 더 맡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미술관은 수집 연구 보존이라도 제발 좀 똑바로 하라. 시장 활성화는 다른 시장 전문가한테 맡기고...
대안이란 말은 이것 말고 다른 안이다. 그러니까 아트페어가 아니라 다른 '안'이어야 한다. 아트페어를 공적 영역에서 수용 가능한 버전으로 갱신/존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미술관이 무슨 대단한 정치적 장소가 되길 원하는 건 아닌데 최소한 품격은 있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미술관은 최소한 철저히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행위는 수수료가 면제가 되든 안되든 상행위고 사적 이윤 창출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공립미술관이 미술품 거래를 활성화 시켰다고 해서 칭찬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미술관은 할 수 있는 걸(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잘 하지 않은 걸) 열심히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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