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록을 편집하다가 아나크로니즘, 즉 시대착오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우리의 세련된 미적 감수성으로 봤을 때 시대착오적으로 보이는 것, 생각할 겨를 없이 단숨에 무시해버리고 싶은, 여전히 종종 마주치기도 하는 그런 것.
하지만 그런 시대착오적인 것이 주는 촌스런 감동 또한 분명히 있겠지. 맹목적인, 순진무구한, 천진난만한,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지겨운, 멍청해 보이는, 심지어 내 놓기 부끄럽고 민망한, 더 심지어 옮을까봐 무서운 그런 것들. 내가 못하는 것의 이질적인 총체에서 오는 역쾌감을 느끼기도 하겠지. 노스텔지어. 그래 이런 시절도 있었지, 하는.
여기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퍽 행복하기도 하겠다. 진정으로 행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것에 관심을 두는 자는 근본적으로 외로운 자다. 방법으로서 아나크로니즘을 추구한다는 건 현실에서 아무도 원치 않는 일을, 그 따가운 시선과 외면의 눈초리를 알면서도 행한다는 것이다. 돈키호테를 의도적으로 연기하는 일이다. 매우 분열적으로, 그렇게 되려고 애쓰는 일이다. 꿈에서 깨어 있는 일. 현실에서 몽유병 환자가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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