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중앙 통제와 제도화 욕구는 폭력적으로 정답을 강조한다.
답을 정해놓지 않으면 군림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원점에서 질문을 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당장 써먹을 아이디어와 답을 구하는데 급급하다. 로컬리티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떠들지만 로컬리티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하지 않는다. 창의적인 것을 부르짖지만 창의적인 환경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배려가 없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담론들마저 양날의 칼이 된다. 대부분 익기도 전에 순식간에 제도화 되고 ‘널리 사람들에게 이롭게 하기위한’ 세세한 형식의 강요로 이어진다. 이윽고 새로운 것의 강요는 요란한 줄 세우기 끝에 새로운 통제와 착취의 수단이 된다.
정답은 지켜야 할 정답이 아니라 소비하기 위한 정답이다.
Art & Sex
사회적 유성생식의 역동성/ 예술
진화의 핵심적인 키워드는 섹스, 돌연변이, 개성, 이주라고 한다.
섹스는 두 개의 각기 다른 개체가 또 다른 개체를 생산하기위한 방법이다. 섹스에 의한 증식을 유성생식이라고 한다. 섹스 없이 증식하는 방법은 무성생식이라고 한다.
무성생식은 자기복제에 가깝지만 유성생식은 각각의 형질을 유전하면서도 전혀 다른 개체를 탄생시킨다. 유성생식은 생명체의 진화 역사에 획기적인 발전의 상징이다.
유성생식에 의해 새로운 개체를 탄생시킬 뿐만 아니라 돌연변이의 확률을 높인다.
돌연변이는 환경조건이나 생물체의 필요와 아무 관계없이 일어난다. 돌연변이는 무작위로 발생한다. 돌연변이가 모두 진화하는 것이 아니므로 에너지의 낭비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국 진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동시대 예술은 역동성이 특징이다.
동류들 사이에서 본질적인 미의식을 추구하는 것보다 이질적인 환경과 모호한 공간으로 질주한다. 본질을 내세우기보다는 사건 속에서 존재를 증명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성이 아니라 다른 것들의 숨겨진 속성들을 드러나게 하고 예측하지 못한 잠재력을 촉발한다. 사회적 이슈 안으로 뛰어들고 다른 영역과 협력한다.
명확하게 스스로를 물질화하여 존재감을 드러내던 ‘작품’의 세계에서 ‘작업’의 세계로 전화하여 다른 존재의 변화를 통해 드러난다. 그 자신 존재의 유연함으로 엉뚱한 상상력을 촉발한다. 기존 데이터의 배열과 재배열 사이에서 새로운 개체가 탄생하는 유성생식의 법칙과 유사하고, 마치 돌연변이의 과정처럼 작동하기도 한다.
‘작품’을 강조하던 시기보다 매우 역동적인 이러한 상황을 진정한 예술의 ‘진화’로 인식하고 활동을 확장시켜야하며 예술제도 안에서도 더 활발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어쨌든 이렇게 변화하는 예술의 속성을 교육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예술교육도 쇄신과 성장을 거듭해 왔다.
예술교육뿐만 아니라 교육과 교육제도 전체를 성찰적으로 조감하는 틀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동안은 문화예술교육을 제도화 하고 빠른 시간 안에 확산시키기 위한 무리수의 연속이었다.
제도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어떤 성공모델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며 그 때 그때 이슈가 될만한 것들을 융단폭격 하듯이 복제한다. 이견을 싫어한다. 집단적용과 평가에 용이한 것만 채택하고 나머지는 고사시킨다. 중앙에서 모두 관리하고 지역센타, 단체, 개인은 불신을 전제로 한 시스템 안에 묶어 놓는다.
제도, 사업, 사람이 다 중요한데 운용하는 방식이 모두 닮아 있다.
한국의 문화예술교육 제도는 무성생식 방법으로 증식했다.
무성생식은 복제에 용이하지만 진화는 더디다. 역동성이 떨어지고 참여자들을 소진시킨다.
문화예술교육이 강조된 큰 이유는 지식과 교육, 사회문화적 환경이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분화되고 당장 필요한 것에만 맞춰 공급하려는 사회의 틀에 박힌 경직성 때문이었다.
역동적인 가능성의 존재인 사람이 보이지 않고 복잡성과 다중적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회의 요구에도 응할 수 없는 시스템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솔루션으로 만든 제도가 커지면 커질수록 솔루션을 방해하는 현상이 보이고 있다.
지금 그 심각성은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준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만 할 정도의 상황에 있다고 여겨진다.
지금 눈 앞의 문제는 바로 눈앞의 문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끊임없이 찾고 있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지식들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의 바로 눈앞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인류의 모든 지식, 모든 경험, 모든 시스템을 원점에서 다시 보고 재구성 해 보려는 과정을 그려보자.
2011년의 논아트 밭아트 nonArt butArt 프로젝트에서 나는 벼농사를 지으면서 그 과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농사를 짓는 것은 인류의 경험과 지식의 총화이고 직접 대상인 벼를 비롯한 뭇 생명체들의 스스로 혹은 상호 디자인 과정이다.
흔히 우리는 우리가 벼를 선택하고 벼를 개량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식물과 인간 상호작용인 선택과 적응의 결과이다. 벼 뿐만이 아니라 잡초들, 벌레들, 토양 미생물들, 그리고 모든 생명체 활동과 연관된 지구 대기, 기후와 연관되어 있다.
지금 여기는 결과가 아니라 늘 과정이다. 어떤 것을 중심에 놓고 볼 것이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우리의 관심이 벼가 아니라 잡초인 물달개비로 이동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아마도 ‘익으면 고개가 숙어드는 벼’라는 말은 금방 사라질지도 모른다. 굵고 찰진 쌀 생산이 관심 밖이 되면 벼가 무거운 벼 이삭들을 유지하면서 인간과 공존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을 단순히 관찰과 기록이라는 형태가 아니라 진화과정의 역동성을 드러내는 드라마틱한 과정이 지식과 예술과 생활세계로 연결되게 하는 것으로 문화예술교육은 큰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우리 프로젝트에서는 농사과정에 다양한 연령층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여 활동하게 하고 오리를 키우고 프랑스 건축가 르 꼬르뷔제의 건축유산을 활용하였다. 모두의 경험은 존중되지만 누구도 체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들이 구성되고 예측이 쉽지 않은 변수들과 모호함들을 노출시켰다.
그래서 결국 미흡하더라도 내 주변에서 그리고 원점에서 출발해 보는 것이다.
행성 차원에서 사고하기. 원점에서 시작하기.
문화예술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스스로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해석과 동시대 이슈를 체감하는 감수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인류의 문제는 인간 사회만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행성 전체를 착취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과정을 멈출 수 없는 지경에 빠진 것이다.
무한 성장을 향한 무한 욕구의 뚜껑이 열린 상황에서 모든 자원과 지식과 에너지가 욕망의 소용돌이로 휩쓸려 들어간다. 성찰과 브레이크가 필요하지만 그냥 생각 뿐이고 멈출 수 있는 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지구를 위한 좋은 생각과 올바른 태도가 거대 국가들의 횡포를 그치게 하기 어렵겠지만 이제는 그런 노력과 감수성 자체가 인간의 ‘지식’과 ‘생활’ 비전이 되어야 한다. 어떻게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든 행성의 존재들을 배려하고 일부만을 위한 성장을 멈출 것인가? 지금까지 생산한 인류의 모든 자산과 기술, 지혜들은 이러한 관점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 재구성 과정이 그 사회의 역량과 성장의 척도가 되어야 하며 앞으로 세계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는 분자세계의 비밀을 이제 막 해독하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크게 빨라졌다. 세균을 비롯하여 지구라는 행성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수많은 생물체와 자연현상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이해하는 것이 사유와 붙어있고 생체모방이 창의성과 한 몸이고, 두뇌와 다른 신체기관의 기능이 상보적이어서 행동과 사유와 감정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체계로 통합되어 발전한다는 연구들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로컬의 관계를 결국 성장중심으로 사유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모든 존재를 고려하는 ‘행성적 감수성’을 강조하는 제도를 디자인 하는 것이 관건이다.
박찬국
e-mail : pckook01@gmail.com
약력
2002-2011 밀머리 미술학교(무빙 밀머리) 디렉터
2008-2011 전주대학교 도시환경 미술과 겸임교수
2009-2011 서울시 아트팩토리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
2010 일본 요코하마 BankART Studio 교환 작가 레지던시
2008 문화중심도시 추진단 문화환경권조성 자문위원
2008 서울시 도시갤러리 석관황금시장 프로젝트 예술감독
2008 서울시 디자인 올림픽 거리미술제 ‘어어어 마을대회’ 예술감독
2008 서울 문화재단 창의 인력양성TA과정 강사교육(master for teacher artist)
2008 구로 아트밸리 주민참여 무대막 제작 프로젝트 예술감독
2007-2008 문화중심도시프로그램 ‘도시를 감싸는 무지개 2’ 총괄 디렉터
2006-2007 교육부 교과과정 심의위원 (미술)
2007 문화부 공공미술 추진위원회(Art in city) 위원
2004-2007 문화부 학교 지역연계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주관단체 디렉터
2007 성남 문화재단 문화공동체 만들기 프로그램(풀장환상, 예술공단) 예술감독
2007 국경없는마을 이주민멘토&다문화코디 양성(사회적예술이 실현되는공방)강사
2006 공공미술 추진위원회 2006아트인시티 프로젝트 평가위원(예술경영지원센터)
2006-2007 문화중심도시 프로그램 ‘도시를 감싸는 무지개’ 5개사업 총괄 디렉터
2006-8 광주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 인력양성 프로그램 컨듀서과정 교수
2006 사회문화예술교육 평가위원(문화예술교육 진흥원)
2005 사회문화예술교육 5개지역 컨설턴트(문화예술교육 진흥원)
2005 광주 문화중심도시추진단시민문화공동체형성사업 ‘쑤욱’ 5개분야총괄 디렉터
2004 광주 비엔날레 현장 3 큐레이터
2003-2004 문화부 문화예술교육 TF, 교정시설TF, 문화 소외계층TF 위원
1996-2005 한성대강사
1997-2003 성신여대 대학원, 서울시립대 대학원 강사
2002-2005 동신대 겸임교수
2000-2001 공공미술 제도도입을 위한 예술인 협의회 집행위원장
1995-2000 엠 조형연구소 소장
공공미술 작품 설치, 전시
2010 풍부한 무질서 (서울시 금천예술공장)
2010 일본 BankART Studio summer open (yokohama)
2010 Macro Makkolli, Nakasyokku project, konnichiwa yokohama project
2010 독일 뒤셀도르프 plan.d갤러리-액체 달 (뒤셀도르프)
2009-10 Marking time (서울시 금천예술공장)
2009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 펜스아트 제작(경기문화재단)
2007-8 BAF전 (대안공간 풀 주관, 대전시립미술관)
2006 침산이 내게 (대구 침산동 대우아파트 설치)
2005 역사가 된 오브제 (문래동 대우아파트 설치)
2005 리얼링 전 (사비나 미술관)
2004 광주비엔날레 큐레이터( 현장 3)
2004 작업실 전 (사비나 미술관)
2003 공공미술 프로젝트 ‘따뜻한 왼손’, ‘고구마 프로젝트’ 디렉터
2003 아트캠프 2003(문예진흥원 지원) 디렉터
2000 서울 지하철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 프레스코 벽화 설치
2000 서울 미디어시티 2000 (2호선 을지로 4가역 설치)
2000 ‘씽씽(新新)부평’ (부평역 광장 설치)
외 다수의 공공미술 작품설치 및 기획
1993 개인전 광고를 본다(京都市 사카이마찌 화랑)
외 여러번의 단체전 참여
수상
2007 문화부 장관 표창(밀머리 미술학교)
2004 문화부 장관 표창
2004 광주 비엔날레 ‘현장상’ 수상(광주)
1998 환경운동연합 선정 ‘98 환경인상 문화예술부문 본상(서울)
1995 아사히 비어 예술문화재단 미술공모 우수상(東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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