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물결?
‘제5의 물결’은 아직 학계나 미디어에서 널리 통용되는 표현은 아니다. 페미니즘의 물결들을 시기별로 일별해보면, ‘제1의 물결’ 페미니즘은 일반적으로 19세기말과 20세기 초의 페미니즘을 일컫는다. 이 시기 페미니즘은 여성의 참정권, 교육권, 출산권, 노동권 등을 요구함으로써 남성들과 평등한 주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제2의 물결' 페미니즘은 1960년대와 70년대의 학생운동, 반전운동, 노동운동 등과 맥을 같이 하며 주로 노동권, 공평한 임금과 평등한 처우를 위한 권리, 재생산의 권리, 강간과 가정학대로부터의 보호, 성희롱에 대한 도전 등을 의제로 삼았다. 이 시기 여성의 유일무이한 경험들, 여성의 인식론적 우위, 혹은 여성의 특수한 가치들과 에토스를 다루는 이론적 작업들이 함께 이루어지게 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등장한 ‘제3의 물결’ 페미니즘은 제2의 물결 페미니스트들의 이론을 비판하면서 등장한다. 이들은 단일한 여성의 경험이라는 관념과 여성의 인식론적 우위라는 관념, 혹은 정치가 여성 주체가 정립된 이후에만 시작될 수 있다는 발상에 대해 저항하는 입장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제4의 물결’은 2000년대 초중반에 등장한 새로운 페미니즘의 흐름을 언급하기 위해 사용된 용어인데, 그 특징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새로운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은 SNS와 같은 온라인 매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쉽게 요약될 수 없는 다양한 주제와 입장들을 끌어안는 경향이 있다.
이 글의 저자는 여기에 더해 지난 미국 대선 때 등장한 페미니즘의 새로운 흐름을 ‘제5의 물결’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의 젠더 정치 쟁점의 부상을 정말로 ‘제5의 물결’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 물결은 지난 1월 21일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바로 다음날에 미 전역에서 일어난 ‘여성행진’ 시위에서 정점을 이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전국적인 봉기에서 시위대가 요구한 것은 여성과 성소수자의 권리, 그리고 보다 포용적인 이민자 정책이었다. 물론 여기에 대해 인종차별과 노동 및 환경문제에 대한 문제제기도 함께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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