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타자와의 환원적인 과잉동일시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더 나쁜 것은, 타자를 살해하는 것과 같은 비동일시다. 오늘날 좌우파의 문화정치학은 이러한 궁지에 빠져 있는 듯하다. 좌파는 상당한 정도로 희생자로서의 타자와 과잉동일시를 하고 있는데, 이는 타자를 고통의 위계질서 속에 가두며, 그로 인해서 비참한 자들도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된다. 우파는 훨씬 더 상당할 정도로 타자와 비동일시를 하고 있는데, 타자는 희생자로서 이를 비난하지만, 우파는 이러한 비동일시를 이용해서 있지도 않은 공포와 혐오를 만들어내며 정치적 연대를 구축한다. 이렇게 막다른 궁지에 직면하게 된다면, 결국 비판적 거리는 그렇게 나쁜 생각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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