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왕따의 정체란 대체 무엇일까요? 가해자 학생? 교사? 학교? 아닙니다.
그 어떤 것도 본질이 아닙니다. 정체는, 더욱 무서운 것입니다.
그것은 교실 뿐만이 아니라, 회사에도, 가정에도, 이 나라의 온갖 곳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항상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그 흐름에 흘러갈 것을 강요 당합니다.
다수는 항상 정의이며,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배척 당합니다.
왕따의 정체란 분위기입니다. 특히 오른쪽에서 왼쪽,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모두가 이동하는 이 나라에서는 '분위기'라고 하는 마물이 가지는 힘을 실로 강력합니다. 이 적 앞에서는 법이라 할지라도 무력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을 삼키고 거대하게 변하는 무섭기 짝이 없는 괴물. 대항하기는 커녕 도망치는 것조차 힘든 상대입니다.
어쩌면 후지이 선생님도, 가해자인 아오야마군 마저도 이 괴물에 삼켜진 희생자라 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 저는 기적을 보았습니다. 삼켜져 있던 사람들이 괴물의 배를 가르고 완벽하게 일어선 것입니다.
카즈히코 군, 후지이 선생님, 그리고 2학년 C반 34명의 학생들. 얼마나 많은 용기가, 얼마나 많은 각오가 필요했을까요.
그렇지만 그들은 확실하게 눈을 뜨고, 자신들의 의지로 그 분위기를 깨트렸습니다.
전 그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고, 그리고 제 자신을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세상은 항상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을 보고 깨닫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단언컨대, 세상에서 왕따 문제를 없애는 것은 가능합니다. (리갈하이 시즌2 스페셜)
아마 알튀세리안 마르크시스트는 분위기야말로 이데올로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데올로기 같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 둘 사이에서도 셋 사이에서도 학급에서도 직장에서도 손쉽게 발생하는, 인간 의식을 지배하는 모종의 합의다. 이런 분위기는 특정한 계급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의외로 개개인의 하찮은 기분과 몹시 상관있는 걸지도 모른다. 개개인이 가지는 일말의 불편한 감정이 모이고 모일 때 왕따 같은 거대한 괴물이 생겨난다. 그래서 하나 하나 뜯어 봤을 땐 그렇게 선량할 수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이 분위기 속에선 엄청난 괴물이 되기도 한다. 누가 잘못했냐를 따지긴 쉽지 않다. 분명히 시스템이 그런 것도, 특정한 개인에게 선동당한 것도, 그렇다고 모두 각자가 정말로 그런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곤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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