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명사를 고유명사로 차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언뜻 생각나는 것은 사무소, 워크룸, 미팅룸, 굿즈 같은 단체다. 최근에는 세미나라는 웹진도 생겼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집단 정체성을 일반명사로 표현한다--더군다나 이것은 비인간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증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진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이런 작명을 선호하는 것은 분명하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하도록 만든 것일까?
무엇보다 이 이름 자체는 단체의 정보에 관한 한 사실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름의 문맥은 어떤 것을 말해준다. 제일 처음 이런 작명을 생각한 사람에게는 아마 이런 문맥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작명이 더욱 신선하게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그 이름의 선명함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없었을 것이다. 이것을 사무소라고 가정해 보자.
사무소라는 이름이 힘을 가지게 되는 순간은 사무소가 공히 성과를 이뤄내고 그것이 명성이라는 것을 형성할 때다. 그러고 나면 사무소라는 이름에 힘이 생기고 그 이름이 주는 일정한 느낌도 형성된다. 그때 사무소라는 이름에서 무엇이 그것을 자아내는지는 분명하게 분석되지 않았지만(세글자의 조어일 수도 있고 일반명사일 수도 있고 자음과 모음의 단순성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여기서는 어떤 형식미가 찾아진다. 이것이 포괄적인 의미의 양식이라고 하자.
그리고 누군가가 똑똑하게도 이 양식적 효과를 차용할 수 있다면, 비슷한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이것을 워크룸이라고 해보자. 워크룸이라는 이름은 이때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없지만, 사무소라는 이름의 형식미를 함께 띠게 된다. 그러니까 워크룸이란 이름은 시작부터 뭔가 멋져 보이는 것이다.
최근 세미나라는 웹진도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일반명사가 하나 하나 고유명사화 되는 풍경을 볼 때마다 무언가 하나를 잃어버린 기분이다. 이것이 불평불만인줄 알면서도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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