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있을 때에 비해 기관 큐레이터가 되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바뀐다. 프리랜서로 있을 때는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서 무언가를 하기가 쉽다. 그리고 그건 대부분 오로지 자기를 위한 일이다. 반대로 기관 큐레이터는 태생적으로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는 일 대부분은 자신을 위한 일이라기보다 시스템을 위한 일이다. 그래서 프리랜서의 큐레이팅에서 큐레이터가 돋보인다면, 기관 큐레이터는 무언가를 해도 시스템이 보이지 큐레이터가 보이지 않는다. 기관 큐레이터의 미덕은 여기서 그런 거 같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굴러가게 하는 것. 정리하면 프리랜서가 상대적으로 내용에 충실하다면 기관 큐레이터는 상대적으로 형식을 만든다. 그래서 프리랜서에게 어떤 프로젝트를 했냐 묻는다면 주제와 관여 작가 등등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기관 큐레이터에게 묻는다면 그건 미술관에 어떤 사업이 있느냐는 말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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