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6일 월요일

김연수의 스무살(문학동네, 2000)


"열심히 무슨 일을 하든, 아무 일도 하지 않든 스무 살은 곧 지나간다. 스무 살의 하늘과 스무 살의 바람과 스무 살의 눈빛은 우리를 세월 속으로 밀어넣고 저희들끼리만 저만치 등뒤에 남게 되는 것이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의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가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정말 오랫만에 소설을 읽었다. 종목을 좀 바꿔보자는 심산이었다. 주종목이 미술이론이고 부종목이 (사회)철학이라면 제 3 영역의 텍스트가 현재 내 손엔 없다. 기왕이면 이론에 기반하지 않는 가벼운 여흥이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김연수의 소설이다. 어떤 블로그에서 굉장히 낭만주의적이고 대중적이라는 평을 본 것에 끌렸다. 소설의 문외한인 내가 택하는 첫 번째 소설로는 꽤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내심 나의 스무살을 떠올려주길 바랐던 것도 있다. 하지만 김연수 스스로가 밝혔듯이 89학번인 그의 스무살 기억의 풍경은 02학번인 내 스무살 시절과 미묘하게 다르다. 나에게 대학은 그야말로 무균질한 공간이었다. 아무런 정치적 사건도, 투쟁도 없었을 뿐더러, 그런 과거와는 이미 단절한 시대였다. 특기할 사건은 월드컵 정도랄까. 하지만 김연수에 스무살은 과도기였다. 아직도 그 과거에 비추어, 스스로가 "극에 달했는지" 아니면 "뜨뜻미지근한 사람"인지 정도는 환기 가능한 시대였다.

<스무살>은 그렇게, 과거와 결별하고 있는 시대상 안에서, 과거-죽은 것과 맞닥뜨리는 것에서 오는 이물감을 내적으로 성찰한다. 나른하달까, 애잔하달까. 거대한 것의 사라짐. 사소하고 일상적인 사건에서 발견되는 "극에 달하는 것"이, 다소 처량하게 묘사된다. 그리고 또 하나. 스무살이란 아주 개인적이자 극한 시기 또한 그런 위치에 자리 잡게 된다. 책이란 사후적 형식에 의해서--죽은 것은, 죽을 것은 죽은 것이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있을 스무살; 스무살에 대해 쓰고 있는 스무살. 그런 의미에서 스무살은 영원하지만 한시적이며, 죽은 것이며, 미래의 것이자 과거의 것이다.

가끔씩 어렵거나 잘 쓰이지 않는 단어가 나오지만, 그리고 멋드러지게 어떤 시구나 소설의 일부를 인용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평이한 서술방식이다. 내 방식으로 적자면 만담형이랄까. 한 문장으로 압축해도 써도 될 것을 줄줄이 길게 늘여놓는 식으로. 하지만 이런 서술방식은 촘촘한 것 같지만, 꽤나 허술하기도 하다. 자세히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직관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내가 소설의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여담. 이 책은 김연수의 첫 단편 소설집이란다. 중고가가 심한건 10만원대가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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