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희 공연을 보러 우정국이란 곳에 갔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영화. 갠적으론 공연보다 영화가 더 재미있었다는. 각종 패러디와 오마주를 반복하는, 레퍼런스로 짜깁기된 영화였다. 한 장면 한 장면을 볼 때마다 머리 속 데이터베이스를 빠르게 돌리는 재미가 있는 그런 영화다.
언제부터 우리는 이런 B급 스펙터클을 소비하게 됐을까. 이 영화가 만들어진 때는 2007년, 그리 멀지 않은 과거다. 그러니까 그때쯤 이 영화를 봤더라도 나는 위화감 없이 어떠한 B급 정서를 손쉽게 예상했을 것이란 말이다. 즉 어느정도는 이런 B급 스타일이 대항문화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관례화됐다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런 차원에서 봤을 때, 주류 장르 영화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지겨움을 느끼는 관객을 타겟으로 하는, 이런 B급 스펙터클은 영화 산업이 스스로의 명맥을 유지하는, 혹은 확장하는 대안적 삶의 방식/장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키치의 키치화; 키치는 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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