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행정적인 절차는 행정적으로 잘 지켜졌으면 좋겠다. 그게 법치 국가다. 현재 민주주의 시스템이 마음에 안 든다면 이건 또 따져봐야 할 문제겠지만, 그렇다면 사회 근간이 흔들리게 될 터이니 그걸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 법과 절차는 지켜지는 편이 좋고, 그래야만 한다. 이건 공무원뿐만 아니라 예술가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공무원이 그것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좀 완화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은 여기서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몇몇 예술가들에게 해당된다.
아무리 거지같은 프로젝트라도 일단 절차적으로 그렇게 하기로 합의하고 결정한 이상 그대로 수행해야 한다. 그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최대한 오류 없이 투명하게 모든 것이 수미일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관료주의 사회의 나쁜점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종종 몇몇 예술가들은 문예지원기금과 지자체 산하 프로젝트 보조금을 마치 치외법권 속에서 사용하길 원하는 것 같다. 소위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여기서 간섭하지 말라는 말은 창작에 대한 부분이지 절차적 문제를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런데 종종 몇몇의 예술가들은 그 절차까지 무시하길 원한다. 지원 기금을 많이 굴려본 작가들에게서 더욱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보통 이런 태도로 일관된다: 제도는 무조건 썩었으니 눈먼 돈을 예술가들 끼리 재밌게 잘 쓰면 좋은 거 아닌가, 어짜피 엉뚱한 곳에 쓰일 돈일 테니 일종의 제도에 대한 예술가의 개입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이들의 '돈빼기' 기술은 현란하다. 지원기관의 행정적 요구 사항을 완벽하게 꿰고 그것에'만' 걸리지 않게 서류를 조작한다. 그들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정말 한심하다. 나는 몇몇 예술가들이 버젓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그냥 그 사람이 굴리는 돈 몇천만원을 만원씩 쪼개서 서울역 광장 노숙자에게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제도를 완화시켜라, 정산을 간소화시켜라는 말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위법정신은 정말 구토를 유발한다. 카드깡은 기본이며 말도 안되는 인건비를 만들어 내어 지원금을 나눠가진다. 마치 월급처럼... 이건 약과다. 대규모 지원사업을 받아서 전국에 땅을 사고 다니는 작가도 있다. 문화거점을 구축한다는 이유로 개인 집을 사고 개조하는데 이 돈을 사용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예술가의 삶이 기본적으로 열악해서? 아티스트피 한번 제대로 받기 힘들어서? 이런 핑계는 말도 안된다. 지원사업에서 왜 피를 찾나. 생활이 어려우면 예술인복지재단에 알아보라. 부족하다면 거기에 대고 항의하라. 당신이 편리하게 유통해 쓰는 돈은 그러라고 준 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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