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일 수요일

정현종, 나는 별 아저씨 (1978) 중에서

공중에 떠 있는 것들 1 : 돌

날아가던 돌이 문득 공중에 멈췄다.
공중에 떠 있다.
일설에는 그 돌이 정치적이라고 한다.

그 소리의 화석의 연대는 애매하다.
웃지 않는 운명만이 확실하다.

다만 철제 프로파갠더를 매일
독약처럼 조금씩 먹는다.



공중에 떠 있는 것들 2 : 나

내 몸이 자꾸 무거워지는 이유는
공포 때문이다.

나는 내 그림자로부터 도망친다.
떨리는 손으로 그림자를 떼어 버린다.
다른 그림자 때문이다.

그림자를 잃고 공중에 뜬 실체는 말한다.
나 내가 아니오.
나 내가 아니오.



공중에 떠 있는 것들 3 : 거울

뜻 깊은 움직임을 비추는 거울은
거의 깨지고 없다.
다만 커다란 거울 하나가 공중에 떠 있고
거울 윗쪽에 적혀 있는 말씀 --
축와선(臥禪), 낮을수록 복이 있나니.

거울 속에는 그리하여
누워 있는 자와 잠든 자, 혹은
죽은 자들만이 산다.
요새 자기의 모습을 보는 방식이다.

눈 감으면 고향이
눈 뜨면 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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