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그러니까 예술가의 창작물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생각해봤을 때, 대단하지 않지만서도 다소 흥미로운 변동이 일어났다. 옛날이라고 표현하면 한국에선 10년 좀 넘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라고 하겠지만, 여하튼, 언젠가부터 예술가들이 전시 홍보 포스터에 작품 사진이 아니라 전시 제목 그 자체를 그래픽적으로 디자인해 박아 넣는 것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그 자체가 전시의 아이덴티티를 상당 부분 결정하게 되었으며, 또 언젠가부터 그것을 누가 디자인했느냐가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덩달아 전시 설계자 designer인 큐레이터가 등장해 예술 작품과 예술가를 포함, 예술계를 쥐락펴락하기 시작했으며, 패션 문화와 유사하게, 전시 공간은 기획한 전시만큼이나 브랜드 로고로 아이덴티티 구축에 힘쓰기 시작했다. 나아가 그런 아이덴티티는 (마치 브랜드 상품을 사용하거나 입는 것처럼) 거기서 열리는 전시의 성격을 강력하게 규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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