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맡은 전시를 놓고 홍관샘하고 이런저런 이야길 나눴다. 첨부터 너무 엄살을 떨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충 내 상태를 파악하시더니 그렇게 할 거면 하지 말라고 하셨다. 여튼 공감과 진정성의 문제였는데, 내가 그걸 감당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 선생님의 지적이었다. 원래 좀 독선적으로 말씀하시는 것도 있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그 말도 맞았다. 이 주제를 너무 쉽게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냥 하나의 문제가 있고 그걸 해결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을 했을지도 모른다. 기계적으로 말이다. 어떤 사람은 내 이런 냉랭함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나 스스로도 어떤 일을 하는 데 정의나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지는 꽤 오래됐다. 효율적이지 않다.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 꼴을 보고 진정한 뜨거운 가슴을 가진 사람은 병든 정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어떤 부분이 빠졌다. 정말 삶에 필요한 어떤 부분이 빠졌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네가 진짜 이걸 하고 싶은 것이 맞느냐. 맞느냐. 자문을 해보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결정을 내렸고 뭔가를 어쨌든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냥 내 결정 자체가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적어도. 그리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선 잘 되든 못 되든 내가 책임을 지겠다. 지금은 그 정도의 결심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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