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우리나라는 올림픽과 예술을 혼동하고 있어요. 군정 때부터 '이겨야 한다'고 밀어붙였고, 일등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미술에서는 다름이 중요하지 누가 더 나은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
김: 그러나 지금 국제화와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문제되는 것이 경쟁력이기 때문에 자연히 문화에서도 국가경쟁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까? 오히려 문화도 스포츠같이 국가의 체계적인 후원을 받는다면 발전이 빠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백: 예술은 슬그머니 후원해야지, 올림픽처럼 나가서 이기라고 하면 유치해지는 거죠. 운동에서는 메달 수가 중요하지만 그것은 4년에 한 번인 올림픽 때만의 문제입니다. 그때가 지나면 그뿐이지요. 미술은 일상적 문제인데 가령 옷 디자인, 자동차 디자인, 티비 디자인 등 디자인 감각은 나라의 수준이나 국민의식과 직결되지요. 디자인이 올라가야 나라도 올라가는 거죠. 우리나라는 다른 분야에 비해 디자인이 너무 떨어져요. 책 디자인도 그렇고... 우표딱지부터 촌스럽잖아요. 미술에서는 촌스러운 것이 고집 있는 것이니까 좋을 수도 있지만 상업미술이나 응용미술은 촌스러우면 안 됩니다. 고려자기와 이조자기는 예술성이 있어도 상업 디자인으로는 좋지 않아요. 디자인을 좋게 하려면 우선 국내 상품부터 신경 써서 잘 만들어야지 수출품은 잘 만들고 국내 것은 아무래도 좋다면 안되지요. 국내 디자인이 좋아야 수출품도 덩달아 좋아지는 거죠. (100-1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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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단은 김홍희가 쓴 "굿모닝, 미스터 백!"에서 가져온 것이다. 대화가 기묘해서 옮겼다.
김홍희가 미술을 문화산업적 관점에서 규정하고 질문하자, 백남준은 곧 바로 디자인으로 주제를 우회한다. 여기서 미술은 일상적 문제이고 일상적 문제는 곧 디자인의 문제가 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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