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6일 월요일

김어준의 물타기

김어준이 옳냐 금태섭이 옳냐 이런 건 내 관심사가 아니다. 유일하게 내 관심을 끄는 건 김어준의 말이 가져온 효과이고 그것을 의도한 김어준의 감각이다.

이로써 미투 운동에 섞여 있는 진보 남성에 대한 (미래 시점의) 공격은 김어준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물타기 됐다. 그 가운데 김어준은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구설수에 대해 다 예상했다는 식으로 쿨하게 반응하며 진보 남성을 (자신을 포함하여) '약하게' 맥인다. 그야 말로 스스로가 백신의 역할을 한다는 것.

이것이 독이 될까 약이 될까? 어쩌면 미투 운동과 진보 진영 사이의 연합을 김어준이야말로 가능하게 해준다는 가설 또한 생각해볼 수 있다. 내 생각에 김어준은 스스로가 (약한) 까임의 대상이 됨으로써, 미투 운동의 불편한 존재, 진보 안의 마초이즘을 건드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지만, 전면 전쟁이 되지 않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스스로가 애매한 진보 음모론자란 점에서, 지금의 주류 진보는 도덕적 무결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랑의 큐피트일지도 모른다. 김어준은 진보이지만 진보가 까도 되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김어준은 스스로 까임을 자처함으로써 진보 (남성)과 미투 운동의 연대를 이끌어내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김어준의 발언은 굉장한 퍼포먼스다. 논리라기보다 사실 감각적으로 불쾌와 불일치를 만들어내며 그렇게 만들어진 틈에 하수구에 물이 빨려 들어가듯이 사람들이 휩싸이며 논쟁한다. 내가 보기엔 굉장히 미학적이며 정치적이다..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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