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러닝룸(Running Room)>>은 완벽한 계획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달아나 보고자 하는 반계획이다. 이 큐레이토리얼의 방법론은 안대웅이 2016-7년 사이 안산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에서 <실험실>이라는 프로젝트를 예닐곱 명의 예술가와 함께 진행하면서 처음 채택했다. 완성의 관념을 최대한 유예하는 한편, 그 전 단계에서 착상된 임의적인 아이디어를 보존하고 공유하고 토론하고 확대하고자 했다. <실험실>에서 큐레이터와 예술가는 '목적 없는' 피드백을 다양한 방식으로 수차례 주고 받았고, 그 과정-내-결과를 예술가는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임의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했다. <<러닝룸>>도 이 과정을 따랐다. 큐레이터와 예술가는 대림동이라는 특정한 장소로부터 튀어나온 다양한 아이디어에 관해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았다. 이 피드백은 차라리 자유연상이라고 불러야할 정도로 임의적이고 충동적으로 진행되었다. 그 가운데 예술가로부터 나온 산발적인 키워드가 간병인, 거리입양, 구제역, 국경, 기시감, 다운사이징, 만주국, 오로첸, 전이, 카메라, 풍경, 흑룡강이다. 이 일련의 단어는 러닝룸의 부제로 사용되었다.
2. <<러닝룸>>은 오늘날 관례화된 미술 생산의 프로토콜에 대한 대안으로 구상되었다. 미술 지원 제도는 계획서 작성, 프레젠테이션, 교부신청, 작업, 결과보고, 정산이라는 컨베이어벨트 위에 미술을 놓는다. 이 행정적 합리성은 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완성되어 있기를 기대한다. 아마 오늘날 프로덕션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프레젠테이션 파일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드와 포토샵으로 콜라주된 완벽한 미래의 약속, 지원의 가부를 판단하는 가장 객관적인 자료가 이것이며, 이후의 과정은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다. 말하자면, 미술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원 제도는 프레젠테이션을 시작과 끝으로 설정함으로써 미술의 가능성을 시작부터 제한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미술은 이런 작업 생산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떨어져 나올 수 있는가? 이것이 <<러닝룸>>의 큐레이토리얼이 제기한 질문이다.
3. 러닝룸은 할 포스터가 제안한 비평 용어이지만, 사실은 칼 크라우스의 spielraum의 포스터 식 번역으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유예공간, 문자 그대로, 달아나는 방이라는 뜻이다. 이런 방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는 자명한데, 지금을 '지원의 시대'라고 규정할 수 있다면, 그 이면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했고, 찰나의 프레젠테이션의 시간에는 선택과 배제의 프로그램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힘이 지금의 한국 미술계를 만들었다면 어떨까? 하나의 담론이 어디로부턴가 솟아나면 정크푸드처럼 게걸스럽게 소비되고 마는데, 웃기게도 제도는 그것이 새롭다고 지원한다. 어디에서나 어디서 본듯한 말과 사물이 있다. 크게 중요하지도 않고 안 중요해보이지도 않은, 내일이면 이 전시장에는 친숙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그런 것이 전시될 것이다. 미술은 지원 제도의 장식일까? 미술은 어쩌면 이페메라(ephemera)와, 심지어 미술계는 정크스페이스와 크게 다를까? 아닐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예술이 이런 것과 달라야 한다면, 포스터가 제시한 이 준자율적인(semi-autonomious) 작은 방은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닐지도 모른다. 지원금을 연료 삼아 무한 복귀하는 예술 비스무레한 것, 예술 비스무레한 것을 연료삼아 무한히 공회전하는 지원 제도로부터 잠깐 숨을 돌려, <<러닝룸>>의 큐레이토리얼은 예술의 준자율적 감각을 다시 떠올리고자 했다.
영어 발번역을 해봄..
1. Running Room is an anti-plan, running out of the perfect plan. The curatorial method elaborated by Daewoong Ahn, once adopted in the project called Laboratory at Community Space Litmus, Ansan, in 2016-7, with several artists. Suspending completion of the art work, the ideas in the middle of the production course being saved, shared, discussed, and extended. In Laboratory, curator and artists had so-called positive feedback each other, so that artists presented the result-in-the-course in their own way, probably provisionally, in which any limitation or curatorial recommendations had not involved. Running Room followed the former Laboratory curatorial method. Curator and artists had feedback each other about the ideas of specific district, Dae-rim-dong in Seoul. The feedback, too, proceeded in the manner of automatism, provisional and impulsive. In doing so, the key words elaborated by artists: Amur River, border, camera, carer, downsizing, Èlúnchūnzú, foot-and-mouth disease, landscape, MǎnzhōuGuó, metastasis, paramnesia and street cleaning, which come to the subtitle of Running Room.
다음은 파토스가 넘치거나 너무 설명적이거나 쓰다가 말아서 빠진 문단:
1. 오늘날 한국의 미술계에서 관례화된 커리어의 프로토콜에서 작업은 시작 전부터 프레젠테이션 파일 안에 이미 완성되어 있다. 펀드레이징에 필요한 것은 완성품이 아니라 워드와 포토샵으로 콜라주된 완벽한 미래의 약속이다. 이것은 선물과 닮았으며, 또 그런 의미에서 프레젠테이션이 있는 장소라면 선물거래소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예술가는 내 계획이 얼마나 완벽하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가장 활력있게 심사자 앞에서 증명해야 한다. 이 통과 의례가 끝나고 나면 예술가는 대금과 물건을 맞 교환하며, 만약 그것이 성공적이라면, 최소한 내년에도 프레젠테이션의 기회가 박탈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프레젠테이션은 내년의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선물 격이다. 오늘날 예술 생산에서 우선하는 것은 완벽한 작업의 생산인가, 아니면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의 생산인가?
. 렘 콜하스(Rem Koolhass)의 「정크스페이스 Junkspace」 (2002)는 현대 도시와 건축이 규모화함으로써 갖게 된 분열증, 『정신착란증의 뉴욕 Delirious New York』 (1978)에서 가능성으로 충만한 도시로 찬미되었던 맨하튼에 대한 묵시론적 보고서다. 정크스페이스(junkspace)는 후기자본주의 이데올로기 아래에서 쓰고 버리고 다시 생산하고 또 소비하는 모든 것의 (비)공간적 형상이다. 이 공간을 지배하는 유일한 논리는 쇼핑이며, 여기야말로 현대적 주체가 깃드는 곳이다. 바바라 크루거의 유명한 명제 그대로,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때 사물의 세계는 이페메라(ephemera)로 가득차 있다. 굿즈, 팬시하게 디자인된 비닐봉투, 형광빛으로 그라데이션된 포스터, 귀여운 스티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한 모든 것... 사물은 이제 중력에서 해방되어 가볍고 예쁘게 디자인된 표피가 된다. 그래서 그것은 시시때때로 새롭게 보이기에 용이하며, 고로, 극도로 컨수머블(consumable)하다. 하지만 그 결과의 총집은 반복적으로 사용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닳아버린 모든 것의 인지 불가능한 규모의 쓰레기다. 정크스페이스는 어디에나 있다. 심지어 당신의 몸과 마음 속에도, 미적인 경험이 있는 곳이라면 언제나 생생하게...
2. 러닝룸(running room)은 건축가 렘 쿨하스의 정크스페이스(junkspace)와 짝을 이루는 할 포스터의 비평 용어다. 『디자인과 범죄 Design and Crime (and Other Diatribes)』 (2012)에서 처음 등장했고, 2002년에 렘 쿨하스가 쓴 「정크스페이스 Junkspace」 (2002)을 재방문한 「동시대 디자인의 ABC The ABCs of Contemporary Design」 (2012)와 두 에세이의 합본인 『정크스페이스와 러닝룸 Junkspace with Running Room』 (2013)에서 더욱 구체화되었다. 쿨하스가 『정신착란증의 뉴욕 Delirious New York』 같은 이전의 저작에서 쇼핑몰화하는 세계의 욕망을 가속하
나머지는 혜민이가 잘 써주길 finger cros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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