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16일 일요일

전수현의 <투걸즈>와 <롤링>에 대한 노트

전수현, <롤링>, 2023, 스컬피, 테라코트, 아크릴, 모터, 우레탄폼, 스프레이, 38x 37.5x 42cm.

가. 관찰

1) 하단부는 우레탄폼으로 만들어진 덩어리인데, 언뜻 보기엔 마치 케이크 반죽 같다. 

2) 우레탄폼 위에는 빙글빙글 돌아가게 만든 원반이 놓였다. 이 원반은 디스코팡팡 같아 보이기도 하고 요즘 귀하다는 턴테이블 같아 보이기도 한다. 둘 다 아무튼 레트로한 정서를 불러 일으키며, 멍때리기도 가능하다. 

3) 원반 위에는 스컬피 덩어리가 있다. 이 덩어리를 자세히 보면 신체의 부분, 구체적으로는 덩어리감이 있는 엉덩이와 다리가 다발로 마치 꽃꽂이처럼 처리되었다. 여기서 몸은 온전함을 가지기보다 부분대상으로서 제멋대로 증식하고 서로 달라 붙어 있다. 

나. 분석

1) 우레탄폼은 건축용 자재로 샌드위치 패널 등의 틈새를 메우는 용도로 자주 사용하는 건자재다. 이 재료의 사악한 점은 저렴한 대신, 미대생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하는 데 있다. 몸에 유독하고 불에 매우 약해서 때때로 화재를 양산하며, 그저 뿌리기만 했을 뿐인데 무언가 질감과 덩어리감이 효과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마약처럼 중독되기도 쉽다. 아무튼 이런 비미술적 재료가 인기를 얻었던 시절이 몇십년전. 오히려 (그것이 물론 불가능할지라도) 회화, 조각 등 전통으로의 복귀 충동이 대세로 자리잡은지 몇 년 지났다고 느껴지는데, 정작 여기서는 옛날 재료가 천연덕스럽게 사용되었다. 

2) 최우람을 보듯, 요즘은 키네틱 아트도 AI까지 동원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에서 주목해 볼만한 것은 움직임 자체의 창안이라기보다 움직임의 감성이다. 반복해서 무언가가 돌아오는, 마치 유튜브에서 로우파이 음악을 틀기만 하면 볼 수 있는 반복적인 애니메이션 짤, 테라피와 엽기를 왕복하는 만족영상(satisfying video), 후렴구로만 이루어진 후크송, 그런 미니멀리즘적 향유 양식은 최근 지배적인 미감이 되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단순하고 반복되는, 생산적이고 효과적인, 컨베이어벨트의 기계적인 움직임은 여기서 미학, 즉 어떠한 종류의 쾌감으로 복귀한다. 

3) 원반 위에 올려져 있는 절단된 신체 다발은 그야 말로 ‘덩어리’라는 말이 어울린다. 페티시, 절단되고 취사선택 된 몸의 일부, 서로의 선을 넘거나 무분별하게 서로 섞인다. 관계라기보다 교미라고 불러야 온당할 이런 감각은 게일 루빈부터 폴 프레시아도에 이르는 ‘일탈적 섹슈얼리티’와 공명하는 부분, 동시에 이것은 굿즈화된 악취미적 피규어의 형상이므로, ‘불온할뻔 했네’정도로 안정화되는 부분. 피규어의 악마화와 악마성의 피규어화 사이, 그로테스크와 귀여움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진동하는 선.

다. 종합

1) 무언가 과격해 보이는, 어그로를 끄는, 지옥에서 가지고 온 케이크 같은 걸 표현한 것 같다. 이 케이크의 고약한 점은 먹다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총집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런 소품이 가장 어울리는 장소가 핼러윈이란 사실을 상기하면 무언가 으스스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2) 레오 스타인버그는 비평가는 클리셰 생산자라고 했다. 이 말은 비평가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피카소는 큐비즘이란 클리셰를 만들었다. 

3) 동시대성을 획득하려는 작가는 여러 가지를 끌어 모으고 조합할 때 최근에 어디서 본 가장 힙한 것을 흉내내려고 애쓰기 마련이다. 이것은 힙한 것일까 키치한 것일까? 힙하고 키치하다? 어쨌거나 작가가 이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놔두는 감각 안에는 분명 다음 시즌의 클리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달성문화재단 비평매칭 1차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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