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아니 아마도 미술관 일을 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이력을 정리하는 일을 그만뒀다. 큰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큐레이터 시절 글 하나 쓴 이력, 어딘가에 패널 디스커션으로 참여한 이력 하나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이제 너무 흔해져버렸고 그것 하나 참여 여부가 나의 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편으로 그 의미는 이런 거다. 더 이상 하나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경우가 줄어들었다. 기관에서 일하는 건 가능성의 변동성이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어느 정도는 미래가 예정되어 있고, 그 길 외에 더 좋은 길을 가기란 지금까지 왔던 길보다 훨씬 힘들다. 가성비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변화하기는 힘들 것 같고 과거로 돌아가기도 싫다. 그 의미는 어떤 일에도 최선을 다할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가 이제 40살이 넘었는데 이런 고민이라니. 좀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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