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 세상이라는 홍보라매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큐레이터를 꿈꾸는 비전공자가 거의 유일하게 관성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준학예사. 왜 관성적이냐면 큐레이터란 직업을 가지기 위한 막막함이 자격증 시험으로 마치 해결되는듯 보이기 때문이다. 큐레이터 세상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경력이 없고 비전공자여서 해맑아보이기도 하고 좀 안타깝기도 하다. 대학원을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있다. 서울대 홍대, 어디가 좋냐 무슨학과가 취업이 잘 되냐 뭐 그런 질문들이 검색만 하면 같은 질문이 수십개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또 올라온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국공립미술관 박물관 진입에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큐레이터 모여라란 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는 큐레이터 세상에서 하는 준학예사 자격증 장사의 실체, 허위성을 까발리다가 제적당한 회원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보기에 준학예사 자격증은 실제 취업시장에서 실효적이지 않다. 차라리 단 번에 안정적인 정규직 자리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 큐모다. 석사학위가 있고 국공립박물관 미술관의 공무직, 임기제 자리를 준비하거나 이미 해본 사람들, 혹은 몇번 기간제 일을 하다가 그지같아서 빠르게 '공시'로 전략을 바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여기 사람들은 기관 경험자이거나 미래 공무원이라서 그런지 어투부터 사고방식이 매우 '공무원'스럽다는 것도 특징이다.
큐레이터 모여라 회원은 느낌적으로 큐레이터 세상 회원을 낮은 직급처럼 본다. 큐모 회원은 그냥 느낌으로 보기에 대부분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당연히 관련전공자다. 이들이 봤을 때 큐세 회원은 박물관 미술관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왜냐면 기관은 학위와 철저한 검증절차, 시험을 통해 걸러진 사람들이 일하는 전문적인 매우 중요한 기관이어야 하기 때문이고, 자신들은 곧 그 기관의 당당한 '학예연구사'로 일할 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은순이 편집한 (보이지 않는) 협력자들이란 책을 보았다. 내가 보기에 협력자는 큐세의 맹목성과 큐모의 능력주의를 거쳐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들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조직이 싫지만 떠나기 못하거나 떠났다고 하더라도 다시 조직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조직에 들어가기에 무언가를 결여하고 있기에 말하자면 정직원이 되기 힘든 사람이다. 10년을 기간제로 살았더니 현타온다 뭐 그런 것이다.
이들은 큐레이터가 무엇이냐 학예보조가 무엇이냐를 시종일관 테이블에 올리지만 사로잡힌 건 직급이다. 이들이 보는 미술 세계는 마치 직급으로 구성된 곳처럼 보일 것 같다. 거기서 1등 시민이 있고 2등 시민도 있고 불가촉천민도 있는 것이다. 학예연구사라는 최고의 자리에 나도 갈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문제 의식은 '학예'라는 것에 항상 한정되어 있다. 사실 이들의 고민과 더 가까운 사람들은 비슷한 초단기 기간제 노동자일 것이다. 매표나 미화 등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학예보조를 하면 자연스럽게 햑예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못찾았다. 국공립의 채용구조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사립미술관 갤러리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그런 선택지는 없다. 대우가 별로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이들이 되고 싶은 것은 학예연구사가 아니다. 정규직 공무원이다. 그럼 답은 간단하다 큐모의 단계로 돌아가 공시 준비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하기도 힘들거나 싫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공립이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기간제가 정규직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바람 같은 것이 문장 속에 녹아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 조직 구조가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단 한 사람 직책이나 직급이 아니라 역할에 주목한 사람은 박성환뿐.
홍이지 같은 사람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