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8일 화요일

최근 보고 있는 연재 만화

블리치: 아아..노답 블리치. 언제부터인가 블리치는 '서사'라는 게 사라져버렸다. 작가가 장기연재하면서 소년만화에선 결국 서사가 필요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기도 하다. 남은 것은 캐릭터의 어떤 속성 간의 대결 구도 그 자체와 그 결과, 즉 누가 이겼고 누구에게 질 것이냐다. 마치 토너먼트 같다. 누가 누구와 대결을 할 것인지 대진표에 이미 다 나와있으며, 이 세계에서 우리가 원하고 또 파악할 수 있는 건 누가 이겨서 누구와 다음 경기를 가지며 결국 최종 승자가 누구냐는 것이다. 토너먼트와 다른 점은 소년만화에선 이미 승자가 정해져있다는 것. 그것이 한층 이 게임을 따분하게 만든다. 서사가 사라져버린 만화에서 남은 것은 순간순간의 미학화다. 짧은 분량 안에서 중2병같은 허세 대사와 미형 캐릭터 작화를 반복하며 증명하는 바는 그 자신의 텅 빔 그 자체다.

일곱개의 대죄: 블리치와 비교했을 때 일단 이 작가는 배경을 그린다. 만화에서 풍경이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다. 예컨대 <아오이 호노오> 같은 드라마에서도 잠깐 나왔듯이, 학원물에선 중2병 같은 대사를 치는 캐릭터를 출연시키기 위해선 수십개의 책상과 의자를 그려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없다면 캐릭터는 진공상태 안에서 살게 되며 생명력을 잃게 된다. <블리치>가 캐릭터 묘사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그런 배경묘사를 게을리한다면 <일곱개의 대죄>는 심지어 캐릭터가 집중되는 컷일 때도 최소한의 배경을 그린다. 그런 면에서 일단 <일곱개의 대죄>가 훨씬 풍부한 세계관을 이미지로서 제공한다. 또한 검은색 흰색 비율이 적절해서 톤을 쓰지 않더라도 화면에서 풍부한 명암을 느낄 수 있다. <블리치>는 명암이 거의 흰색 검은색이다. 하지만 <일곱개의 대죄>는 여러가지 회색이 존재한다. 이런 점도 블리치보다 뛰어나다. 또한 <블리치>에 비해서 플롯이 꽉 짜여있다. <블리치>가 각 챕터가 거의 무관할 정도의 비개연성을 보여준다면, <일곱개의 대죄>는 (아직 시작?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최초 시작부터 지금까지 각 등장인물의 현재편과 추억편이 흥미롭게 배열되며, 또 유기적으로 엮어져 있다. 그러니까 <블리치>가 전혀 무관한 작품을 세계관만 공유한 채 옴니버스식으로 엮여져 있다면, <일곱개의 대죄>는 각 챕터가 무관하면서도 유관하다. 물론 연재가 늘어지면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소한 <블리치>는 거의 처음부터 설정이 계속 덧붙는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지금의 부실함을 장기연재탓만으로만 돌리기엔 뭣하다. 나 블리치 까?

테라포마스: 별로 안 좋아하지만 불량식품 먹는 것처럼 그냥 본다.

나는 마리안네: <악의 꽃>으로 유명한 작가의 신작이다. 백합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것 같은데, 꼭 그게 아니더라도 사춘기 시절의 복잡한 심리 상태를 신기하게도 잘 포착한다.

열혈강호: 그냥 습관적으로 기대하며 습관적으로 본다. 무념무상.

원피스: 어느 순간 스테레오타입의 인물과 반복된 플롯과 연출에 질려서 감흥이 없다. 그냥 습관적으로 기대하면서 습관적으로 본다.

백도사(레진): 일주일에 한 번씩 무료로 풀리는 걸 보는데 감질난다.ㅠㅠ 뭔가 한국적 신화랄까, 그런 걸 차용한 것도 아닌데 도사, 홍길동 같은 이름만으로도 어쩐지 친숙해진달까 그런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의외로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그정도로 세계관이나 설정이 치밀하며, 그림체나 연출, 구성도 웹툰임을 감안했을 때 썩 훌륭한 편이다.

잠자는 공주와 꿈꾸는 악마(레진): 아..이 만화는 확실히 만담형 만화다. 난 라노벨은 잘 모르지만 이 만화를 보면 아는 한도 내에서 니시오 이신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근데 그래서? 사실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 니시오 이신처럼 언어유희를 고급지게 하는 것도 아니며 캐릭터의 사상이나 세계관적 사상이 전연 보여지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키치류다. 그래도 일단 보긴 보는 중.

더블 캐스팅(레진): 키드갱으로 어린 나에게 인상을 남겼던 신영우 작가의 작품. 기본적인 구도는 키드갱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머코드도. 뭐랄까, 희안한 유머코드인데 극적 상황에서 뻔뻔하게 자신의 사사로운 감정표현을 한달까. 여기에 대해선 나중에 한 번 더 생각해봐야겠다. 아무튼 재밌게 보고있는 만화.

초인(레진): <용비불패>의 문정후 작가가 어떤 스토리 작가와 함께 그리고 있다. 스토리 작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사나 연출이 <용비불패>스럽다. 아마 문정후 작가가 자기-스타일화를 많이 시키는듯. 딱히 재밌지도 안 재밌지도 않다. 그림은 웹툰으로 보기엔 너무 과하달까, 시커멓다. 손은 많이 갔지만 딱히 효과적인진 잘 모르겠다. 내가 <베르세르크> 같은 작품에서 느끼는 바와 비슷하다. 아,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다른 만화와 다르게 마지막에 항상 CJ E&M 로고가 달려있다. 여기서 제작비를 댔나 봄. 인기 있으면 영화화 하려나?

보쿠걸: 전형적인 TS물. 나로선 그닥 감흥이 없지만 캐릭터가 미형이고 그냥 레퍼런스 차원에서 챙겨보고 있다.

기타 등등: 던만추, 페어리테일, 빈란드사가, 킹덤 등등.. 그러고 보니 난 정말 소년만화 취향이구나. 쩝.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