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0일 수요일

백남준 <흥> 관람

교보에 갔다가 백남준 전시를 세종문화회관에서 봤다. 전시 제목이 <흥>인데 분명히 김남수 선생의 감각이 확실해서 갸웃했달까. 왜냐면 세종문화회관이고 김노암 선생이 큐레이터한 소릴 어디서 들어서. 근데 가이드북 보니까 공동 기획으로 나와 있다.

여튼. 전시는 거의 남수샘 독무대다. 시작부터 백남준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 월텍스트로 펼쳐지고 마지막까지 피피티 프린트 해 놓은 것들이 향연을 벌인다. 디자인이 그걸 재빠르게 따라가지 못한 느낌이라 좀 아쉽다만.

백남준이 60-80년대 전성기였다고 하면, 그가 사용한 푸티지 필름은 다 그때 거니까, 그걸 보는 것도 그거 대로 되게 재밌었다. 이 시대 사람들은 굉장히 멋쟁이였고 멋을 부리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서 심취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보면 좀 웃기기도 하고 순진하고 풋풋해 보이기도 좀 병맛도 느껴지고 그렇다. 그런데 정말 진지해서 무시할 수도 없고 그때 당시엔 정말로 그게 힙했을 것이기에 오늘날의 관점에서 은밀히 재밌다고 그렇게 느꼈다. 오늘날의 멋쟁이는 어떨까? 타인의 눈을 더욱 의식하는 건 아닐까? 몰겠다.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비슷할지도 모른다.

나로선 무엇보다 위성 3부작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머스 커닝햄 춤의 발견. 내가 예전에 본 것은 대부분 머랄까 정말 현대무용스러운 것들이어서 좀 재미없었는데. 남준파이크와 함께 작업한 비디오에선 먼가 병신미가 철철 흘러 넘친달까 그래서 넘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샬럿 무어만 관련 비디오도 좋았다. 무어만도 백남준 못지 않게 또라이더라.

친절한 월텍스트와 설명 때문에 꼼꼼하게 본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전시다. 하지만 전시 인터페이스의 문제는 좀 아쉽다. 마치 광케이블 시대에 90년대 피씨통신의 인터페이스와 마주한 느낌이다. 나는 싫어하진 않지만, 여튼 그것만큼은 좀 백남준스럽지 않았달까. 몰겠다. 어땠을까?

하나 더. 도록 대신 만든 가이드북은 무성의하다. 거의 김남수 선생 혼자서 다 한 것 같은데 <백남준의 귀환>을 떠올려 본다면 여러모로 아쉽다. 김남수 선생이 아쉽다는 게 아니라 그 반대다. 김남수만 빼놓고 모든 것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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