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튼. 전시는 거의 남수샘 독무대다. 시작부터 백남준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 월텍스트로 펼쳐지고 마지막까지 피피티 프린트 해 놓은 것들이 향연을 벌인다. 디자인이 그걸 재빠르게 따라가지 못한 느낌이라 좀 아쉽다만.
백남준이 60-80년대 전성기였다고 하면, 그가 사용한 푸티지 필름은 다 그때 거니까, 그걸 보는 것도 그거 대로 되게 재밌었다. 이 시대 사람들은 굉장히 멋쟁이였고 멋을 부리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서 심취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보면 좀 웃기기도 하고 순진하고 풋풋해 보이기도 좀 병맛도 느껴지고 그렇다. 그런데 정말 진지해서 무시할 수도 없고 그때 당시엔 정말로 그게 힙했을 것이기에 오늘날의 관점에서 은밀히 재밌다고 그렇게 느꼈다. 오늘날의 멋쟁이는 어떨까? 타인의 눈을 더욱 의식하는 건 아닐까? 몰겠다.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비슷할지도 모른다.
나로선 무엇보다 위성 3부작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머스 커닝햄 춤의 발견. 내가 예전에 본 것은 대부분 머랄까 정말 현대무용스러운 것들이어서 좀 재미없었는데. 남준파이크와 함께 작업한 비디오에선 먼가 병신미가 철철 흘러 넘친달까 그래서 넘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샬럿 무어만 관련 비디오도 좋았다. 무어만도 백남준 못지 않게 또라이더라.
친절한 월텍스트와 설명 때문에 꼼꼼하게 본다면 그리 어렵지 않은 전시다. 하지만 전시 인터페이스의 문제는 좀 아쉽다. 마치 광케이블 시대에 90년대 피씨통신의 인터페이스와 마주한 느낌이다. 나는 싫어하진 않지만, 여튼 그것만큼은 좀 백남준스럽지 않았달까. 몰겠다. 어땠을까?
하나 더. 도록 대신 만든 가이드북은 무성의하다. 거의 김남수 선생 혼자서 다 한 것 같은데 <백남준의 귀환>을 떠올려 본다면 여러모로 아쉽다. 김남수 선생이 아쉽다는 게 아니라 그 반대다. 김남수만 빼놓고 모든 것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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