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6일 수요일

혼밥론

황교익의 "사회적 자폐" 발언이 소수자 혐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론가라면 혼밥이라는 식문화를 지목해 비판할 수 있다. 그것을 혼밥러 개인에 대한 비난이라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미술계에서도 작품에 대한 비판을 작가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종종 만난다.) 다만 황교익이 사용한 혼밥(러) 개념이 그리 구체적이진 않은 것 같아서, 내가 아는 혼밥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10여년 프로혼밥러 입장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보자면, 혼밥에도 계급적 측면이 있다. 진정한 미식을 찾아다니는 "고독한 미식가"류도 있을 것이고, 혼자 먹는 시스템에 적응해 그게 행복한 "결혼 못하는 남자" 같은 류도 있을 것이다.

반면, 나처럼 대학 이후 지방에서 올라와서 강제적으로 1인 가구가 되고 경제난에 부딪혀 타의로 1000원-2000원짜리 혼밥을 하게 된 경우도 있다. 대다수 지방러가 겪는 일이겠지만, 갑자기 유학을 오게 되면 지출이 늘어나고 가계에 부담이 간다. 부모님에게 대다수 의지하지만 한계가 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마찬가지다. 외식비가 많이 들어 집에서 해먹으려고 해도 좁고 취사환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집에서 해먹을 수도 없고, 직접 해먹으려고 재료라도 사 놓으면 썩기 십상이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삼시세끼를 외식하게 된다. 그게 오히려 싸다.

상경한 지방러들은 기본적으로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 혼자 디폴트값 상황은 가족 디폴트에서 종종 혼자 밥을 먹는 상황과는 몹시 다르다. 어떤 의미에서 재생산을 위한 공동체를 가졌느냐 아니냐의 문제다. 그런 공동체가 없는 자취인은 집에 가도 체력이 충전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집은 잠만 자는 방이 되고 밖으로 나돈다. 대개 학교에서 집같이 살게 되는데, 서울러는 수업 끝나면 바삐 집으로 가기 때문에 지방러끼리 모이곤 했던 것 같다. 보통 밥과 술을 함께 해결하기도 하는데, 여튼 모이면 돈이 든다. 같이 먹으면, 한끼에 만원 이상 쓰는 건 순식간이다. 때문에 한끼 함께 하는 식사를 위해서 두끼 혼자 하는 식사의 비용을 줄여야 한다. 대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라면+바나나우유였다. 소위 편의점 정식이다. 혹은 김밥천국 1000원짜리 김밥 두줄. 하지만 내가 정말 그런 식사를 좋아해서는 아니었다.

내 혼밥의 추억은 그런 것이었다. 대학부터 자취 오래한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공감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혼자 사는 입장에서, 그런 상황에 어느정도 적응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삶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점에서 "고독한 미식가"나 "결혼 못하는 남자"류의 혼밥족은 내게 사치처럼 보인다. 내가 아는 혼밥과는 많이 다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