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싫든 올해가 끝나면 논문을 완성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 물론 박사도 생각이 있지만 목적지를 결정하지 못하겠다. 그래서 일단은 생각 보류. 그렇다면 커리어다.
혼자 집에 지내는 걸 수년간 지속하다보니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을 한다는 게 이제 좀 자신이 없다. 누가 지금의 날 뽑아줄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김밥천국 알바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미술학원도 생각해보고 음식 가게도 생각해보고 재태크에 관한 허황된 망상도 종종 한다. 밥 벌어 먹으려고 미술의 이상을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 대비 잃을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다른 분야에서 돈을 버는 것이 수익도 높고 마음 편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여튼 이것도 잘 모르겠으니 일단 보류.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이플럭스 저널 같은 플랫폼을 한국에 만들고 싶다. 물론 사업을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학자와 평론가와 작가가 이플럭스에 글을 조금씩 게재하고 시간이 흘러 글이 쌓였을 때 하나씩 책으로 나오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했다. 좀 캐쥬얼하긴 해도 어쨌거나 나오니까 그게 떠도는 말의 양을 만들어 낸다. 백남준의 말을 빌리자면, "무한한 양은 좋고 나쁨의 질을 없애버릴 수 있다." 왜 한국에서는 그게 되지 않을까? 미술씬이 작아서? 생각이 부족해서? 사람이 없어서? 관심이 없어서? 분명한 것은 보편적 기대치라는 게 현실적으로 낮긴 하다. 어디 라운드테이블 디스커션에 참여하는 패널, 연구 공모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자, 잡지에 리뷰를 게재하는 평론가, 큐레이터 등 한국 미술계의 거의 대부분은 욕먹지 않을 어떤 적당한 선을 알고 있다. 그정도 선을 따라서 대부분의 기금이 돌고 행사가 돌고 전시가 돌고 글이 돈다. 아이고... 몇년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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