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 21일 금요일

배부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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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는 생각인데, 맛있는 걸 원할 때 먹을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나는 지금 최소 조건이 갖춰져 있다. 뭐든지 원하면 웬만하면 사먹을 수 있다. 못먹는 것도 있다. 아쉽지만 대체물도 있다. 그럭저럭 참을만 하다.

맛있는 걸 배부르게 먹고나면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진다. 향상심이란 게 사라진다. 그건 현재 지금의 불만족을 해결하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맛있는 걸 먹고 난 후엔 발전이 없다. 아니 배가 부른만큼 머리가 텅텅 빈다. 퇴보라고 해야 한다.

배부른 돼지와 배고픈 소크라테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도 사실은 배부른 돼지가 되고 싶어한다. 배고픈 소크라테스는 사실 과거의 배부른 돼지다. 배부른 돼지가 되기 전까지는 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라고 변명할 수 있다.

헝그리 베스트 5란 농구 만화가 있었다. 슬램덩크가 인기있을 시절, 약간 짝퉁처럼 나온 만화인데, 비슷하게 읽었다. 헝그리 베스트 5란 작명은 슬램덩크의 뼈인 것 같다. 약자가 노력해 강팀을 이겨나간다. 정상에 서기 위해서. 하지만 정상에 서기 전까진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니까 열심히 해야한다.

배가 부르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 상태로 충분하기 때문에. 동물들은, 특히 포식자는 포식을 하고 나면 잠을 잔다.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걷는다. 그러다 배고파지면 또 사냥을 한다. 그리고 포식하고 또 잠을 잔다. 동물의 삶이란게 먹고 싸고 자고 뭐 그런 거. 역사 이후의 인간에 대한 설명과 닮았다.

초원에 먹잇감이 당연하게 있을 거란 전제 하에 포식자가 존재할 수 있다. 어딘가 있기 때문에 사냥만 잘 하면 먹을 수 있다. 인간계도 마찬가지의 전제가 있다. 어딘가 먹을게 당연하게 있을 거란 막연한 기대.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걸 먹을 수 있을 거란 기대가 기정사실화 되었다.

생존의 조건이 어딘가에서, 신이 내린 선물처럼 주어져 있다고 믿는다. 동물은 아마 그런 생각도 없겠지만 어딘가 산양이 있고 얼룩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자도 있고 호랑이도 있다. 그냥 자연조화다. 배부름과 배고픔만 있으면 이 세계에서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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