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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가 박찬경은 (FESTIVAL BOM, 3.22~4.18)에서 김금화 만신의 삶을 다룬 ‘판타지 다큐멘터리’ 『갈림길+아시아 고딕』(3.24~25, 극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을 선보였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서해안배연신굿의 보유자이기도 한 김금화는 1931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17세에 외할머니로부터 내림굿을 받았다. 신과 인간 사이에 놓인 그녀의 삶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미신타파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한국전쟁 당시 남으로 내려온 실향민으로써의 인간사를 감내해야 했다. 나라의 만신이 되어 백두산 천지에서 대동굿을, 독일 베를린에서의 윤이상 진혼굿을, 임진각에서 통일맞이굿을 할 때, 그것은 역사의 아픔을 달래는 대의(大義)로서의 진혼제였고, 그녀 자신에게는 개인사의 아픔을 달래는 스스로를 위한 위로이기도 했다. 박찬경은 『그날(2011)』에 김금화가 내림굿을 받던 1948년의 시간을, 『갈림길(2012)』에 한국전쟁과 포개진 그녀의 삶을 담았다. 영화 상영 후에 렉쳐 ‘아시아 고딕’을 통해 영화의 제작과정과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자신만의 시론(試論)과 시론(詩論)을 관중과 함께 나눴다.
박찬경은 고고학적 노동을 무기로 삼는 미술가. 묻힌 것을 꺼내어 붓질로 털어낸 유물의 살비듬은 그의 손을 거쳐 작품이 된다. 큰 아픔을 안고 있기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묻힐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꺼내어 재인(再認)의 지평에 올려 놓는다.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102분·2010)는 안양을 소재로 도시성장에서 망각되고 왜곡된 역사적 시간을 쫓는 여덞 개의 에피소드로 엮었다. 계룡산의 신도안을 배경으로 한 『신도안』(45분·2008)은 일제 강점기와 근현대 속에서 전통 종교문화에 행해진 억압의 역사를 담았다. 이런 그의 작품이 놓인 화이트큐브로써의 갤러리는 미학적 성소보다는 망각된 역사를 호명하는 또 다른 기억과 기록의 장소가 된다.
박찬경은 어느 날 김금화의 자서전 『복은 나누고 한은 푸시게』와 마주쳤다. “무당으로서의 삶에 한국의 역사가 다 녹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기(傳記) 영화로 그려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은 두 달에 걸쳐, 『갈림길』은 세 달에 걸쳐 제작되었다. 인간으로서의 무당이 신을 맞이하여 신적인 영역으로 들어설 때, 아우라의 막은 두터웠다. 김금화 만신의 인간사, 그와 맞물려 있는 신의 신화적 시공간을 영화에 담으며 박찬경은 그 경계의 떨림을 한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가 겪었던 단단한 아우라의 시간과 체험을 모두 담아 김금화의 삶을 장편영화로 만드는 것을 계획으로 삼고 있다.
이제 영화를 따라 가보자. 『갈림길+아시아 고딕』이 상연되었던 『그날』의 시퀀스는 김금화의 재수굿으로 채워졌다. “카메라 대감님 잘 되게 해주소서.”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서해안배연신굿의 보유자이기도 한 김금화는 1931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17세에 외할머니로부터 내림굿을 받았다. 신과 인간 사이에 놓인 그녀의 삶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미신타파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한국전쟁 당시 남으로 내려온 실향민으로써의 인간사를 감내해야 했다. 나라의 만신이 되어 백두산 천지에서 대동굿을, 독일 베를린에서의 윤이상 진혼굿을, 임진각에서 통일맞이굿을 할 때, 그것은 역사의 아픔을 달래는 대의(大義)로서의 진혼제였고, 그녀 자신에게는 개인사의 아픔을 달래는 스스로를 위한 위로이기도 했다. 박찬경은 『그날(2011)』에 김금화가 내림굿을 받던 1948년의 시간을, 『갈림길(2012)』에 한국전쟁과 포개진 그녀의 삶을 담았다. 영화 상영 후에 렉쳐 ‘아시아 고딕’을 통해 영화의 제작과정과 ‘한국적인 것’에 대한 자신만의 시론(試論)과 시론(詩論)을 관중과 함께 나눴다.
박찬경은 고고학적 노동을 무기로 삼는 미술가. 묻힌 것을 꺼내어 붓질로 털어낸 유물의 살비듬은 그의 손을 거쳐 작품이 된다. 큰 아픔을 안고 있기에 묻을 수밖에 없었던, 묻힐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꺼내어 재인(再認)의 지평에 올려 놓는다.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102분·2010)는 안양을 소재로 도시성장에서 망각되고 왜곡된 역사적 시간을 쫓는 여덞 개의 에피소드로 엮었다. 계룡산의 신도안을 배경으로 한 『신도안』(45분·2008)은 일제 강점기와 근현대 속에서 전통 종교문화에 행해진 억압의 역사를 담았다. 이런 그의 작품이 놓인 화이트큐브로써의 갤러리는 미학적 성소보다는 망각된 역사를 호명하는 또 다른 기억과 기록의 장소가 된다.
박찬경은 어느 날 김금화의 자서전 『복은 나누고 한은 푸시게』와 마주쳤다. “무당으로서의 삶에 한국의 역사가 다 녹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기(傳記) 영화로 그려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은 두 달에 걸쳐, 『갈림길』은 세 달에 걸쳐 제작되었다. 인간으로서의 무당이 신을 맞이하여 신적인 영역으로 들어설 때, 아우라의 막은 두터웠다. 김금화 만신의 인간사, 그와 맞물려 있는 신의 신화적 시공간을 영화에 담으며 박찬경은 그 경계의 떨림을 한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가 겪었던 단단한 아우라의 시간과 체험을 모두 담아 김금화의 삶을 장편영화로 만드는 것을 계획으로 삼고 있다.
이제 영화를 따라 가보자. 『갈림길+아시아 고딕』이 상연되었던 『그날』의 시퀀스는 김금화의 재수굿으로 채워졌다. “카메라 대감님 잘 되게 해주소서.”
김금화 만신을 섭외하는데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에도 굿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사진 1). 거기에 출연했던 조성연 씨가 다리를 놓아주었어요. 조성연 씨는 김금화 만신 아래서 수학한 황해도굿 전수자이고 또 영화PD로도 활동합니다. 그런 그에게 김금화 만신의 삶을 영화로 제작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글쎄 왜 안 했을까요?‘ 하더군요. 너무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에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에도 굿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사진 1). 거기에 출연했던 조성연 씨가 다리를 놓아주었어요. 조성연 씨는 김금화 만신 아래서 수학한 황해도굿 전수자이고 또 영화PD로도 활동합니다. 그런 그에게 김금화 만신의 삶을 영화로 제작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글쎄 왜 안 했을까요?‘ 하더군요. 너무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에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판타지 다큐멘터리’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눈길을 끕니다.
“독립영화·예술영화여도 관객에게 호기심을 끌어내야 하죠. 하지만 그보다는 영화가 무당과 무속에 관한 것이기에 종교적 상상과 환상이 묻어있다는 것을 암시하려 했습니다.”
“독립영화·예술영화여도 관객에게 호기심을 끌어내야 하죠. 하지만 그보다는 영화가 무당과 무속에 관한 것이기에 종교적 상상과 환상이 묻어있다는 것을 암시하려 했습니다.”
‘판타지 다큐멘터리’로 담아내고 싶은 인물이 있습니까.
“전기(傳記)영화의 형식으로 홍대용·박지원·정약용 등과 같은 조선의 실학자들을 다루고 싶습니다. 유교적 지식을 가진 그들이 청나라를 통해 서양문물과 천문과학 등을 들여올 때, 머리 속에 떠오른 서양의 이미지, 뒤섞인 동서양의 판타지를 펼쳐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투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웃음).”
“전기(傳記)영화의 형식으로 홍대용·박지원·정약용 등과 같은 조선의 실학자들을 다루고 싶습니다. 유교적 지식을 가진 그들이 청나라를 통해 서양문물과 천문과학 등을 들여올 때, 머리 속에 떠오른 서양의 이미지, 뒤섞인 동서양의 판타지를 펼쳐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투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웃음).”
『그날』과 『갈림길』 모두 화면이 흑백과 컬러로 나눠집니다. 무구(巫具)같은 것은 컬러로 채색되었고 사람들의 모습은 흑백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피안으로써의 신의 세계는 컬러로, 현실적인 인간사는 흑백으로 그려진 듯 합니다.
“화면의 색을 많이 뺐습니다. 하지만 무구(巫具), 무복(巫服)이 지닌 울긋불긋한 ‘한국적인 화려함’은 살리려고 노력했죠. 시각적으로 전체를 원색으로 그리면 혼란스럽고, 오히려 무구와 무복의 강렬한 색채가 잘 드러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사진 2)”
“화면의 색을 많이 뺐습니다. 하지만 무구(巫具), 무복(巫服)이 지닌 울긋불긋한 ‘한국적인 화려함’은 살리려고 노력했죠. 시각적으로 전체를 원색으로 그리면 혼란스럽고, 오히려 무구와 무복의 강렬한 색채가 잘 드러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사진 2)”
김금화의 내림굿 장면. 화면은 굿판에 걸린 무속화를 훑으면서 빠르게 반복되는 국악기의 선율을 들려준다. 선율이라기보다는 반복과 반복이 교직하며 만들어낸 몰입의 음향 같다. 작곡가 이태원이 이끄는 음악동인 ‘고물’의 소리다.
영화 내부에는 무악(巫樂)이 흐르고 있는데 새롭게 국악곡을 짜넣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태원 음악감독도 같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굿의 절반이 음악인데···.’ 저는 영화의 극적인 면과 전체적인 리듬에 있어서 현장에 속해있는 음악만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지만 감정을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데는 음악의 힘이 강하죠. 그래서 음악이 빠진 영화를 보는 것은 힘듭니다. 김금화 만신이 인간문화재이고, 소재가 전통문화이기에 서양음악을 넣고 싶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시각적으로는 전통문화가 비춰지지만 청각적으로는 산뜻함과 현대적인 느낌을 추구하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이태원 음악감독이 이런 느낌을 잘 제시하는 작곡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이태원 작곡가가 ‘개념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국악에 관한 세가지 논쟁』(2010.12.20-23, 웰콤씨어터) 등 근대를 거치면서 뒤틀어진 국악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음악회의 형식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작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요. 본인의 작업 또한 영화를 통한 역사 들춰내기라는 점에서 그런 면이 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이태원 음악감독의 공연을 봤습니다. 뭐 그리 어렵게 하냐고 제가 뭐라 한 적도 있어요(웃음).”
그런데 이태원 작곡가와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습니까.
“『신도안』을 제작할 때, 박찬욱 감독의 소개로 어어부프로젝트의 장영규 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작에 같이 참여했고요. 장영규 씨가 이태원 음악감독을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작년에 LIG아트홀이 기획한 『영화음악∞음악영화』(2011.10.27-29)에서 장영규 씨가 큐레이팅을 맡았는데 제가 이태원씨와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나봐요. 그래서 함께 『그날』을 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사진 3).”
이번 『그날』과 『갈림길』 제작 전에 특별한 마음가짐 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굿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애도(哀悼)의 수단으로서의 영화, 혹은 애도 프로세스를 담지한 영화. 굿에서 느껴지는 종교적인 카타르시스가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느낌에 겹쳐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굿에서 느껴지는 희열감을 배가하기 위해 3D방식도 생각해 봤었습니다.”
“이태원 음악감독도 같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굿의 절반이 음악인데···.’ 저는 영화의 극적인 면과 전체적인 리듬에 있어서 현장에 속해있는 음악만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지만 감정을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데는 음악의 힘이 강하죠. 그래서 음악이 빠진 영화를 보는 것은 힘듭니다. 김금화 만신이 인간문화재이고, 소재가 전통문화이기에 서양음악을 넣고 싶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시각적으로는 전통문화가 비춰지지만 청각적으로는 산뜻함과 현대적인 느낌을 추구하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었습니다. 이태원 음악감독이 이런 느낌을 잘 제시하는 작곡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이태원 작곡가가 ‘개념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국악에 관한 세가지 논쟁』(2010.12.20-23, 웰콤씨어터) 등 근대를 거치면서 뒤틀어진 국악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음악회의 형식으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작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요. 본인의 작업 또한 영화를 통한 역사 들춰내기라는 점에서 그런 면이 통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도 이태원 음악감독의 공연을 봤습니다. 뭐 그리 어렵게 하냐고 제가 뭐라 한 적도 있어요(웃음).”
“『신도안』을 제작할 때, 박찬욱 감독의 소개로 어어부프로젝트의 장영규 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작에 같이 참여했고요. 장영규 씨가 이태원 음악감독을 굉장히 좋아하더군요. 작년에 LIG아트홀이 기획한 『영화음악∞음악영화』(2011.10.27-29)에서 장영규 씨가 큐레이팅을 맡았는데 제가 이태원씨와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나봐요. 그래서 함께 『그날』을 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사진 3).”
이번 『그날』과 『갈림길』 제작 전에 특별한 마음가짐 같은 것이 있었습니까.
“굿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애도(哀悼)의 수단으로서의 영화, 혹은 애도 프로세스를 담지한 영화. 굿에서 느껴지는 종교적인 카타르시스가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느낌에 겹쳐지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굿에서 느껴지는 희열감을 배가하기 위해 3D방식도 생각해 봤었습니다.”
굿은 가무악(歌舞樂)이 어우러진 입체적 연행입니다. 이런 입방체가 영화의 장(평)면으로 들어갈 때 입체성이 훼손된다는 점에 있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그래도 리얼리티에 있어 영화만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화면이 움직이지 않잖아요. 영화가 지닌 입체성은 시공간의 자유로운 운동성을 통해서 리얼리티에 가장 근접하게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퍼포먼스를 담은 영화(영상)가 그 퍼포먼스를 실연보다 더 입체적으로 재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사진 4).
본인이 생각하는 굿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시각적으로는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하나하나가 다 정교합니다(사진 5). 무엇보다 굿에는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이 달라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돼지머리에 만 원짜리 지폐를 척척 붙이는 장면은 욕망에 대한 솔직하고 투명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작두를 탈 때는 모든 시간들이 성스러워집니다. 그런 성스러움이 속된 세계와 인간의 욕망을 투명하게 향해있어요. 못 먹어 죽은 자는 먹이고, 총각·처녀는 결혼시켜주고. 독특한 ‘날 것’의 세계가 매력적입니다.”
“일단 시각적으로는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하나하나가 다 정교합니다(사진 5). 무엇보다 굿에는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이 달라붙어 있는 것 같습니다. 돼지머리에 만 원짜리 지폐를 척척 붙이는 장면은 욕망에 대한 솔직하고 투명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작두를 탈 때는 모든 시간들이 성스러워집니다. 그런 성스러움이 속된 세계와 인간의 욕망을 투명하게 향해있어요. 못 먹어 죽은 자는 먹이고, 총각·처녀는 결혼시켜주고. 독특한 ‘날 것’의 세계가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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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역사가 남긴 익명적 존재와 죽음을 향한 소실점
김금화가 내림굿을 받던 1948년을 그린 『그날』에 이어 상영된 『갈림길』은 김금화가 겪은 한국전쟁시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갈림길』에는 김금화 외에 갈림길에 선자들, 그 곳을 한번이라도 지나온 자들이 모두 주인공이다. 김금화와 함께 1998년에 임진각 통일맞이굿을 주최한 소설가 황석영도 등장한다.
김금화와 황석영은 통일맞이굿 당시를 증언한다. 김금화는 북쪽을 향해 있는 철조망을 향해 달려갔고, 황석영은 그곳에서 “통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김일성의 혼령과 마주쳤다고 한다. 영화는 (배우를 통해) 1·4 후퇴 당시 마을에 들어온 남쪽 치안유지대의 총부리 앞에서 굿을 하는 김금화를(사진 6), 그리고 남쪽으로 피난 온 김금화를 그려낸다. 인천의 어느 섬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면서 김금화는 심한 풍랑과 마주쳤다. 그녀는 사람으로 태어나 무당으로 죽기를 원하며 곧 시체가 될 자신의 몸에 무당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무구(巫具)를 몸에 감기도 한다.
그리고 재연과 증언 사이에 파주 적군묘지에서 진오귀굿을 행하는 장면이 삽입됐다(사진 7).『갈림길』의 진정한 주인공은 그들, 괴물로서의 전쟁이 몰아쳐 죽어간 북한군들의 혼령이다. 죽어서도 고향으로 가지 못한 이들은 북과 가까운 남쪽에 묻혀 역사 속에 익명의 존재가 되어 한반도의 잘라진 허리를 맴돈다. 그들을 달래는 만신은 진오귀굿을 진행하다 울고불고 졸도한다. 산 자가 받아내는 죽은 자들의 역사(사진 8 ).
실향과 이방인, 이승과 저승에 걸쳐있는 김금화 만신의 모습은 마치 ‘경계인’같습니다.
“제목과 같이 김금화 만신의 삶 자체가 ‘갈림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저런 의미에서의 갈림길인 것이죠.”
김금화 만신의 삶을 그려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민간에 오랜 시간 존재해 온 무속신앙이 근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단 몇십 년 만에 미신으로 규정되고, 멀리 하게 되었나를 김금화 만신이라는 상징을 제시하면서 묻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다양한 문화 속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민족주의의 이면에는 토착적 문화에 대해 ‘쪽 팔려 하는’ 이상한 자기혐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신타파라는 억압, 그것에 맞서 살아온 김금화 만신의 삶 자체는 인간의 실존이며 무속의 생존과정이기도 하죠.”
굿은 산자가 치르는 죽은 자를 위한 문화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죽음이 떠오릅니다. 영화의 소실점에 묘하게 포개져있는 ‘사점(死點)’에 시선이 잡혀 죽음과 직면할 때, 개인적으로 감상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저 같은 예술가가 함부로 할 말은 아니지만, 현대사회에서 죽음을 추방하려고 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은 생산의 도구이자 부를 창출하는 도구입니다. 노동과 생산과 반대에 있는 죽음은 당연 추방의 대상이죠. 예전에는 문화가 죽음과의 상생의 구조를 가졌습니다. 조상과 죽은 사람, 혹은 그들이 품은 원한이 산 자들의 삶 속에 떠돌아다녔고 이에 대한 상상도 발달했었죠. 하지만 오늘날에는 죽음을 통한 형이상학도 없어지고, 노동과 생산의 정반대에 대치시켜 놓음으로써 ‘추방’과 관리의 대상이 되었죠. 죽음에 관한 상상과 형이상학의 영역이 의료시장, 제약시장, 묘지시장 등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런 시장이 비대해지면서 죽음만이 아니라 삶도 가난해집니다.
레퀴엠 같은 것은 후기로 올수록 죽음에 대한 진지한 사유보다는 ‘스타일로써의 레퀴엠’이 됩니다. 표현과 스타일의 수사로서의 죽음을 차용하는 예술도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렇게라도 죽음에 대한 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이 단절되었다고 생각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의 과정을 진행합니다. 사후에 아무런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죽음 이후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을 뿐이지 사실 단절된 것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불연속적이면서도 연속된 세계입니다.”
“제목과 같이 김금화 만신의 삶 자체가 ‘갈림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저런 의미에서의 갈림길인 것이죠.”
김금화 만신의 삶을 그려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민간에 오랜 시간 존재해 온 무속신앙이 근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단 몇십 년 만에 미신으로 규정되고, 멀리 하게 되었나를 김금화 만신이라는 상징을 제시하면서 묻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다양한 문화 속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민족주의의 이면에는 토착적 문화에 대해 ‘쪽 팔려 하는’ 이상한 자기혐오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신타파라는 억압, 그것에 맞서 살아온 김금화 만신의 삶 자체는 인간의 실존이며 무속의 생존과정이기도 하죠.”
굿은 산자가 치르는 죽은 자를 위한 문화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죽음이 떠오릅니다. 영화의 소실점에 묘하게 포개져있는 ‘사점(死點)’에 시선이 잡혀 죽음과 직면할 때, 개인적으로 감상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저 같은 예술가가 함부로 할 말은 아니지만, 현대사회에서 죽음을 추방하려고 하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은 생산의 도구이자 부를 창출하는 도구입니다. 노동과 생산과 반대에 있는 죽음은 당연 추방의 대상이죠. 예전에는 문화가 죽음과의 상생의 구조를 가졌습니다. 조상과 죽은 사람, 혹은 그들이 품은 원한이 산 자들의 삶 속에 떠돌아다녔고 이에 대한 상상도 발달했었죠. 하지만 오늘날에는 죽음을 통한 형이상학도 없어지고, 노동과 생산의 정반대에 대치시켜 놓음으로써 ‘추방’과 관리의 대상이 되었죠. 죽음에 관한 상상과 형이상학의 영역이 의료시장, 제약시장, 묘지시장 등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런 시장이 비대해지면서 죽음만이 아니라 삶도 가난해집니다.
레퀴엠 같은 것은 후기로 올수록 죽음에 대한 진지한 사유보다는 ‘스타일로써의 레퀴엠’이 됩니다. 표현과 스타일의 수사로서의 죽음을 차용하는 예술도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렇게라도 죽음에 대한 사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이 단절되었다고 생각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의 과정을 진행합니다. 사후에 아무런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죽음 이후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을 뿐이지 사실 단절된 것인지 아닌지는 아무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불연속적이면서도 연속된 세계입니다.”
화면 속 파주 적군묘지. 진오귀굿이 진행되는 동안 무당의 눈물과 통곡은 짙어진다. 마르크스가『자본론』에서 말한 “우리는 산 것만이 아니라 또한 죽은 것 때문에 고통 받는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땅이 빚어낸 고통의 역사에서 고집스레 사라지길 거부하는, 배회하는 영혼들. 그 익명화된 이름을 만신은 눈물과 통곡으로 하나하나 불러주고 있었다(사진 9). 그런 순간을 지나는 무당의 고통은 어떻게든, 어떤 형식으로든 우리가 겪은 역사의 고통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윽고 그녀는 적군묘지의 한 복판을 날뛰다, 쓰러진다. 중간에 카메라는 쨍한 햇볕을 비춘다. 화면을 할퀴는 듯한 가야금 소리가 들리고, 죽음과 역사의 밑구녕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영화는 아니, 이 땅의 역사는 지켜보기 힘드니 허리 한번 펴고 하늘 한번 쳐다보며 숨돌리라고 권하는 것 같다.
『갈림길』을 제작하면서 기억에 남는 해프닝 혹은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파주 적군묘지에서 촬영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묘지에 가면 어떤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굿을 하는데 강한 에너지들이 엉기는 것이죠. 묘지에 담긴 역사의 은유들이 굿판의 에너지와 감기니 그 현장을 오랜 시간 지켜봐야 하는 저로써는 감당이 안 되더군요.”
김금화 만신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어떤 반응을 보이셨습니까.
“표정이 밝지 않으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잘못된 것이 있나요?“ 여쭈었더니 “아니, 우리가 잘 못해서”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영화 속에 당신께서 행한 굿이 흡족하지 않았나봅니다. “굿을 좀 더 잘 할 걸”이라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습니까”라고 했습니다.
“파주 적군묘지에서 촬영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묘지에 가면 어떤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굿을 하는데 강한 에너지들이 엉기는 것이죠. 묘지에 담긴 역사의 은유들이 굿판의 에너지와 감기니 그 현장을 오랜 시간 지켜봐야 하는 저로써는 감당이 안 되더군요.”
김금화 만신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어떤 반응을 보이셨습니까.
“표정이 밝지 않으신 거예요. 그래서 제가 ”잘못된 것이 있나요?“ 여쭈었더니 “아니, 우리가 잘 못해서”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영화 속에 당신께서 행한 굿이 흡족하지 않았나봅니다. “굿을 좀 더 잘 할 걸”이라고 말씀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더 잘 할 수 있습니까”라고 했습니다.
편집자 주
만신 만신은 한자를 빌려 ‘萬神’이라 쓰기도 하는데 보통 여자 무당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만신이란 단어는 굿판에서 자주 등장한다. 예로 만신말명이라 하면 무조(巫祖)를 의미하는데 무당을 뜻하는 만신과 조상을 의미하는 말명이 합쳐진 것이다.내림굿 무병(巫病)을 앓거나 몸에 신기(神氣)가 있는 사람에게 신을 내리게 하고 신을 받는 굿. ‘신굿’, ‘신명굿’, ‘명두굿’, ‘강신제’라고 부르기도 한다.대동굿 지역 수호신인 당신(堂神)을 모셔놓고 마을의 평안과 생업의 번창을 기원하는 굿으로 황해도 해주·옹진·연평도와 평안도 지역에서 성행하였다.진혼굿 망자의 혼을 달래고 좋은 곳으로 천도하기 위한 굿.시론 試論 시험 삼아 해 보는 의론.시론 詩論 시에 대한 이론. 또는 그 평론.시퀀스 Sequence 특정 상황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묘사하는 영상 단락 구분. 몇 개의 신(scene)이 한 시퀀스를 이룬다. 신은 한 개 이상의 쇼트(shot)가 이룬 장면. 다시 말해 쇼트가 신을 이루고 신이 시퀀스를 이룬다.재수굿 집안의 안녕함과 재복 그리고 자손의 창성, 가족의 수복을 비는 무속의례.
무구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 신ㆍ칼ㆍ작두ㆍ방울ㆍ부채 따위의 도구와, 장구ㆍ자바라 따위의 악기가 있다.
무복 무당이 굿을 할 때 입는 옷.
국악에 관한 세 가지 논쟁 이태원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음악동인 고물의 뮤직다큐멘터리 작품. 국악과 관련한 사회적, 창작적 측면에서 비롯되는 논쟁거리를 던지고 국악의 패러다임을 논한다.
진오귀굿 죽은이의 한을 씻기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망자의 가족이 무당을 불러 벌이는 굿으로 씻김굿과 같은 말이다
만신 만신은 한자를 빌려 ‘萬神’이라 쓰기도 하는데 보통 여자 무당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만신이란 단어는 굿판에서 자주 등장한다. 예로 만신말명이라 하면 무조(巫祖)를 의미하는데 무당을 뜻하는 만신과 조상을 의미하는 말명이 합쳐진 것이다.내림굿 무병(巫病)을 앓거나 몸에 신기(神氣)가 있는 사람에게 신을 내리게 하고 신을 받는 굿. ‘신굿’, ‘신명굿’, ‘명두굿’, ‘강신제’라고 부르기도 한다.대동굿 지역 수호신인 당신(堂神)을 모셔놓고 마을의 평안과 생업의 번창을 기원하는 굿으로 황해도 해주·옹진·연평도와 평안도 지역에서 성행하였다.진혼굿 망자의 혼을 달래고 좋은 곳으로 천도하기 위한 굿.시론 試論 시험 삼아 해 보는 의론.시론 詩論 시에 대한 이론. 또는 그 평론.시퀀스 Sequence 특정 상황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묘사하는 영상 단락 구분. 몇 개의 신(scene)이 한 시퀀스를 이룬다. 신은 한 개 이상의 쇼트(shot)가 이룬 장면. 다시 말해 쇼트가 신을 이루고 신이 시퀀스를 이룬다.재수굿 집안의 안녕함과 재복 그리고 자손의 창성, 가족의 수복을 비는 무속의례.
무구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여러 가지 도구. 신ㆍ칼ㆍ작두ㆍ방울ㆍ부채 따위의 도구와, 장구ㆍ자바라 따위의 악기가 있다.
무복 무당이 굿을 할 때 입는 옷.
국악에 관한 세 가지 논쟁 이태원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음악동인 고물의 뮤직다큐멘터리 작품. 국악과 관련한 사회적, 창작적 측면에서 비롯되는 논쟁거리를 던지고 국악의 패러다임을 논한다.
진오귀굿 죽은이의 한을 씻기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망자의 가족이 무당을 불러 벌이는 굿으로 씻김굿과 같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