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9일 목요일
2024년 2월 14일 수요일
유은순 편, (보이지 않는) 협력자들 (2023)
큐레이터 세상이라는 홍보라매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가 있다. 이 카페는 큐레이터를 꿈꾸는 비전공자가 거의 유일하게 관성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준학예사. 왜 관성적이냐면 큐레이터란 직업을 가지기 위한 막막함이 자격증 시험으로 마치 해결되는듯 보이기 때문이다. 큐레이터 세상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경력이 없고 비전공자여서 해맑아보이기도 하고 좀 안타깝기도 하다. 대학원을 진학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고민도 있다. 서울대 홍대, 어디가 좋냐 무슨학과가 취업이 잘 되냐 뭐 그런 질문들이 검색만 하면 같은 질문이 수십개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또 올라온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국공립미술관 박물관 진입에 실패할 것이다.
그리고 큐레이터 모여라란 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는 큐레이터 세상에서 하는 준학예사 자격증 장사의 실체, 허위성을 까발리다가 제적당한 회원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보기에 준학예사 자격증은 실제 취업시장에서 실효적이지 않다. 차라리 단 번에 안정적인 정규직 자리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곳이 큐모다. 석사학위가 있고 국공립박물관 미술관의 공무직, 임기제 자리를 준비하거나 이미 해본 사람들, 혹은 몇번 기간제 일을 하다가 그지같아서 빠르게 '공시'로 전략을 바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여기 사람들은 기관 경험자이거나 미래 공무원이라서 그런지 어투부터 사고방식이 매우 '공무원'스럽다는 것도 특징이다.
큐레이터 모여라 회원은 느낌적으로 큐레이터 세상 회원을 낮은 직급처럼 본다. 큐모 회원은 그냥 느낌으로 보기에 대부분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당연히 관련전공자다. 이들이 봤을 때 큐세 회원은 박물관 미술관에 들어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왜냐면 기관은 학위와 철저한 검증절차, 시험을 통해 걸러진 사람들이 일하는 전문적인 매우 중요한 기관이어야 하기 때문이고, 자신들은 곧 그 기관의 당당한 '학예연구사'로 일할 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은순이 편집한 (보이지 않는) 협력자들이란 책을 보았다. 내가 보기에 협력자는 큐세의 맹목성과 큐모의 능력주의를 거쳐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들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 조직이 싫지만 떠나기 못하거나 떠났다고 하더라도 다시 조직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조직에 들어가기에 무언가를 결여하고 있기에 말하자면 정직원이 되기 힘든 사람이다. 10년을 기간제로 살았더니 현타온다 뭐 그런 것이다.
이들은 큐레이터가 무엇이냐 학예보조가 무엇이냐를 시종일관 테이블에 올리지만 사로잡힌 건 직급이다. 이들이 보는 미술 세계는 마치 직급으로 구성된 곳처럼 보일 것 같다. 거기서 1등 시민이 있고 2등 시민도 있고 불가촉천민도 있는 것이다. 학예연구사라는 최고의 자리에 나도 갈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문제 의식은 '학예'라는 것에 항상 한정되어 있다. 사실 이들의 고민과 더 가까운 사람들은 비슷한 초단기 기간제 노동자일 것이다. 매표나 미화 등의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학예보조를 하면 자연스럽게 햑예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번지수를 잘못찾았다. 국공립의 채용구조는 그렇게 되어 있지 않다. 사립미술관 갤러리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그런 선택지는 없다. 대우가 별로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이들이 되고 싶은 것은 학예연구사가 아니다. 정규직 공무원이다. 그럼 답은 간단하다 큐모의 단계로 돌아가 공시 준비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을 하기도 힘들거나 싫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공립이 바뀌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기간제가 정규직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바람 같은 것이 문장 속에 녹아 있다. 그렇다면 공무원 조직 구조가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단 한 사람 직책이나 직급이 아니라 역할에 주목한 사람은 박성환뿐.
홍이지 같은 사람은 왜..?
2024년 2월 7일 수요일
2024년 1월 31일 수요일
조민 결혼 발표 등
정치권이 필요할 때마다 호구처럼 조민의 근황이 보도된다. 그렇다고 조민이 아무 것도 안 했느냐. 그렇지는 않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끊임 없이 자신을 노출해왔다. 무엇을? 무언가 과녁없는 컨텐츠 생산. 자기 표현이라고 하기도 힘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SNS특 과시 같은.
조민이 정치권에서 장난칠 줄 알면서도 자기표현, 혹은 (지극히 평범한) 자기과시를 해온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녀가 행복하지 않고, 강단이 있지도 않고 더군다나 어떤 ‘역능’이 있지도 않다는 사실의 방증일지도 모른다. 익명의 대상으로부터의 폭격에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선 가족이나 친구 간의 유대감만으로는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고립된다는 것도 어찌보면 상대적인 감각인 것 같다. 다수로부터 고립되면 소수가 아무리 한 사람을 지켜주고 싶어도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다수에 대항하기 위해선 다수가 필요하다. 질량보존의 물리법칙과 비슷하게 다수로부터 받은 폭력은 그 똑같은 다수와의 관계 속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여기에도 해당된다.
지금처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어쩌면 조민은 자살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예전에 나도 조민의 SNS 계정을 보면서 전략을 잘못짰니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럴 일이 아니다. 이 사람은 최소한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가 과녁 없는 활시위를 당기는 일은 우리가 좀 더 애정을 가지고 볼 일이다.
2024년 1월 25일 목요일
서진달, 동물원 일우, 1934
서진달은 1930년대 대구에 살았다고 하는데 동물원은 그 당시 창경원 하나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래서 대구 풍경 같진 않고, 서울에 갔다가 동물원을 구경하고 난 후 그린 그림 같은데. 재미있는 건 동물원을 그렸다고 하는데 동물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동물을 그려내기가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당시 서진달의 실력으론. 그럼에도 창경궁이 창경원이 되어 동물원이 되는 걸 조선인은 인정하지 않고 싶었을지도.
2024년 1월 16일 화요일
외계+인 1, 2
주말에 넷플로 외계+인 1을 보고 홀린듯하게 밤에 민하와 같이 2를 개봉관에 가서 관람. 되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평을 보니 일반 관객이나 전문가나 할 것 없이 모두 별루라는 평이 대세. 이유는 세계관이 복잡해 이해가 어렵다. 세계관이 낯설다. 세계관 크기에 비해 많은 설명이 생략되어 있다(불친절하다). 개그코드가 와닿지 않는다. 등등.
내가 만족한 부분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1) 이런 류의 한국 장르영화에 별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2) 마블 같은 장르영화 일반에 대한 기대치는 분명하다. 두 개다. 장르영화는 공식이 정해져 있고 그걸 제때 해결해주면 그걸로 끝. 한국 장르영화가 재미없었던 건 그런 걸 제대로 못해주기 때문이다. 배우가 오버하거나 무언가 짝퉁같은 따라한 냄새가 어설프게 난다거나...
외계인은? 장르의 공식을 따르고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제때 필요한 걸 무리없이 해결해준다. 그것만 해도 몰입할 수 있었고, 몰입이 되니 재미있었다는. (요즘 무협 말고) 고전무협과 마블히어로st를 기본으로 전우치 같은 자기 영화라던가 여러 백투더퓨처나 선리기연 같은 대중적으로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레트로 영화까지 뒤섞어.. 되게 한국적으로 잘 비벼넣은 영화란 생각. 이런 게 더 어렵다. 거의 졸병들을 가지고 정규군으로 재탄생시킨 수준.
옛날 <다세포 소녀>가 떠오르는. 망작 스멜이 나지만 뜯어보면 야심이 가득한. 그런.
매뉴얼
"매뉴얼이 없었다."
"매뉴얼을 안 따랐다."
재난 등 관련 뉴스에서 많이 하는 말. 미술에서도 매뉴얼, 가이드 이런 말들을 최근 10년간 많이 썼다. 내가 본 가장 원조격은 로잘린드 크라우스, 이브 알랭부아의 <비정형: 사용자 가이드>다. 이 책이 표방한 '가이드'는 참고하라 정도의 뉘앙스. 하지만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는 그런 게 아니다. 무조건 따라야하는 절대적으로 선한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지금까진 매뉴얼이 없이 담당자 자의에 따라 마음대로 '공정하지 않게' 무언가를 처리해왔다는 것이다. 매뉴얼은 그래서 공정성의 다른 말이다. 공정성이 무너지면 예술계가 무너진다. 뭐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