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7일 수요일

2024년 1월 31일 수요일

조민 결혼 발표 등

정치권이 필요할 때마다 호구처럼 조민의 근황이 보도된다. 그렇다고 조민이 아무 것도 안 했느냐. 그렇지는 않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끊임 없이 자신을 노출해왔다. 무엇을? 무언가 과녁없는 컨텐츠 생산. 자기 표현이라고 하기도 힘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SNS특 과시 같은. 

조민이 정치권에서 장난칠 줄 알면서도 자기표현, 혹은 (지극히 평범한) 자기과시를 해온 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녀가 행복하지 않고, 강단이 있지도 않고 더군다나 어떤 ‘역능’이 있지도 않다는 사실의 방증일지도 모른다. 익명의 대상으로부터의 폭격에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선 가족이나 친구 간의 유대감만으로는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고립된다는 것도 어찌보면 상대적인 감각인 것 같다. 다수로부터 고립되면 소수가 아무리 한 사람을 지켜주고 싶어도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다수에 대항하기 위해선 다수가 필요하다. 질량보존의 물리법칙과 비슷하게 다수로부터 받은 폭력은 그 똑같은 다수와의 관계 속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여기에도 해당된다.

지금처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어쩌면 조민은 자살하고 싶지 않아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예전에 나도 조민의 SNS 계정을 보면서 전략을 잘못짰니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럴 일이 아니다. 이 사람은 최소한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가 과녁 없는 활시위를 당기는 일은 우리가 좀 더 애정을 가지고 볼 일이다. 

2024년 1월 25일 목요일

서진달, 동물원 일우, 1934

서진달은 1930년대 대구에 살았다고 하는데 동물원은 그 당시 창경원 하나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래서 대구 풍경 같진 않고, 서울에 갔다가 동물원을 구경하고 난 후 그린 그림 같은데. 재미있는 건 동물원을 그렸다고 하는데 동물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 동물을 그려내기가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당시 서진달의 실력으론. 그럼에도 창경궁이 창경원이 되어 동물원이 되는 걸 조선인은 인정하지 않고 싶었을지도.

2024년 1월 16일 화요일

외계+인 1, 2

주말에 넷플로 외계+인 1을 보고 홀린듯하게 밤에 민하와 같이 2를 개봉관에 가서 관람. 되게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평을 보니 일반 관객이나 전문가나 할 것 없이 모두 별루라는 평이 대세. 이유는 세계관이 복잡해 이해가 어렵다. 세계관이 낯설다. 세계관 크기에 비해 많은 설명이 생략되어 있다(불친절하다). 개그코드가 와닿지 않는다. 등등.

내가 만족한 부분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1) 이런 류의 한국 장르영화에 별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2) 마블 같은 장르영화 일반에 대한 기대치는 분명하다. 두 개다. 장르영화는 공식이 정해져 있고 그걸 제때 해결해주면 그걸로 끝. 한국 장르영화가 재미없었던 건 그런 걸 제대로 못해주기 때문이다. 배우가 오버하거나 무언가 짝퉁같은 따라한 냄새가 어설프게 난다거나... 

외계인은? 장르의 공식을 따르고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제때 필요한 걸 무리없이 해결해준다. 그것만 해도 몰입할 수 있었고, 몰입이 되니 재미있었다는. (요즘 무협 말고) 고전무협과 마블히어로st를 기본으로 전우치 같은 자기 영화라던가 여러 백투더퓨처나 선리기연 같은 대중적으로 한국에서 인기 있었던 레트로 영화까지 뒤섞어.. 되게 한국적으로 잘 비벼넣은 영화란 생각. 이런 게 더 어렵다. 거의 졸병들을 가지고 정규군으로 재탄생시킨 수준.

옛날 <다세포 소녀>가 떠오르는. 망작 스멜이 나지만 뜯어보면 야심이 가득한. 그런.

매뉴얼

"매뉴얼이 없었다."
"매뉴얼을 안 따랐다."

재난 등 관련 뉴스에서 많이 하는 말. 미술에서도 매뉴얼, 가이드 이런 말들을 최근 10년간 많이 썼다. 내가 본 가장 원조격은 로잘린드 크라우스, 이브 알랭부아의 <비정형: 사용자 가이드>다. 이 책이 표방한 '가이드'는 참고하라 정도의 뉘앙스. 하지만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는 그런 게 아니다. 무조건 따라야하는 절대적으로 선한 규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지금까진 매뉴얼이 없이 담당자 자의에 따라 마음대로 '공정하지 않게' 무언가를 처리해왔다는 것이다. 매뉴얼은 그래서 공정성의 다른 말이다. 공정성이 무너지면 예술계가 무너진다. 뭐 그런.

2024년 1월 5일 금요일

진정성

진정성은 진짜 예술과 연결된다. 진짜배기. 진짜. 진국. 근본. 뭐 이런 거. 진짜와 가짜는 있나 없나. 절대적인가 상대적인가. 포스트모던 이후엔 모두 진실은 상대적인 것으로 거의 결론이 난 것 같다. 진정성이란 거짓말이란 책도 있다. 하지만 진짜들은 안다. 진짜는 생각보다 훨씬 객관적인 것이다. 그냥 있는 거라고. 이걸 꼭 말로 설명해서 알아 듣게 만들어야 있는 게 있어진다던지 없던 게 있어진다던지 그런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객관적으로 진짜는 진짜고 가짜는 가짜로 '있는 거'라고. 그래서 뛰어남도 있고 빼어남고 있고 구림 나쁨도 있는 거라고 실제로. 그런데 실제로 있는 걸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같은 이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니 진정성을 상대화시킨다. 예술은 읽는 것인가? 언제부터인가 작품을 해석한다 읽어낸다 분석한다 그런 말들을 쓰기가 싫다. 내가 큐레이터로 남고자 한다면 그런 이유일지도. 분석하고 해석하는 넘들은 보통 있는 걸 있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예술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2023년 12월 28일 목요일

이선균 부음

한국 남자 배우 중에서 제일 친근감이 드는 배우가 세상을 떴다. 가죽자켓을 입고 약간 껄렁거리는 표정으로 오토바이에 기대어 서서 담배를 씨게 당기고 있는 대학시절의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부드러운 목소리, 자상한 이미지로 인기 있던 시절이었다. 그 사진을 보면서 미디어의 이미지와 실제는 다르구나 생각이 들었다. 뭐 내가 이선균과 만날 일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겠지만, 술 한 잔 하면 말이 잘 통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일은 이제 앞으로 없게 되었다.

이선균 정도 되는 사람이 이렇게 떠난다는 건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서울역 앞에 노숙자가 사라지고 공도에서 야생동물이 로드킬 당하는 문제랑은 차원이 다르다. 이선균은 누군게에게 연인이고, 남편이고, 친구였다. 연예인이 또 죽었다 정도로 사건이 축소화되고 있지만, 잽도 여러방 맞느면 다운된다고. 그 연예인이란 년놈들이 지금 얼마나 몇번이나 죽었는지. 당장 알아차리지 못해도 언젠가, 빠른 시일 내에 사회엔 펀치드렁크 상태가 올 것이다. 

연예인을 영어로 뭐라고 부르는지 찾아보니 celebrity다. entertainer보다 맞는 번역어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예술가를 천대시한다. 예술가에겐 제대로 된 이름이 없다. 그래서 연예인이다. 기업과 거대자본의 하수인이고 광고판이다. 사람들은 좋아하면서도 싫어한다.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대가로 인기를 준다. 언제든 소비하다가 언제든 버려도 된다. 거대자본과 팬덤의 결합. "연예인은 인간이 아닌가"란 어떤 댓글의 질문은 실로 양가적이다.

이선균을 추모하는 일은 마광수를 추모하는 일이고 설리를 추모하는 일이고 조민기를 추모하는 일이다. 이들은 모두 살았어야 했다.